바랭이 풀꽃
봄이 왔는가보다
따순 햇살이 다북다북,
옆집 순덕이 수줍은 가슴을 데운다
매화는 눈부시게 피어
향기 한 줌 빌리려 해도
저, 잘난 척 즐거운 바람에 몸을 섞는다
얇은 햇볕은 댓돌에 걸터앉아
낡은 털신 한 개 곱게 깁고,
몰래 담장 훔쳐 오르는 개나리
노란 꽃방울 촐랑댄다
이 봄 푸르게 펼치는 넉넉한 들녘,
초록 물감처럼 번지는
뽑아도 뽑아도 돋아나는 억척 바랭이 풀꽃,
긴 사래 지심 길
어머니 호미 자루 부서지는
환장한 이 봄날 어찌 이겨낼꼬?
- 박종영 님, '바랭이 풀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