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대한 생각
이십년 가까이 기른 나무를 베었다.
집 앞 옹색한 화단에 묘목을 심어준 것이 위로만 자라
삼층 높이를 넘었다.
그런데 워낙 좁은 공간이라 꽃은 피우지 못하고
결국은 뿌리가 집을 파고들었다.
나무는 함부로 베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고민하다가
마침 앞의 건물에서 주차장의 나무를 자르기에
이참에 같이 베기로 했다.
그러나 차에 실려 가는 나무는 가슴을 오래도록 아프게 했다.
더욱이 단 한사람의 노력으로 프로방스의 황무지가
거대한 숲으로 바뀌었다는 장 지오노(1895~1970)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은 터라 마음은 더욱 아팠다.
무슨 신앙도 미신도 아니건만 예전 어른들이 하시던 것처럼
막걸리 한 병을 사다 잘려진 밑동에 부으며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었다.
얼마 전 잘린 밑동 주변으로 푸른 순이 돋았다.
생명이란 참으로 독하다는 생각과 함께
뭔지 모를 경건함까지 들었다.
나무도 오래되면 사람이니 함부로 베지 말라는 말,
괜한 말이 아닌 듯싶다.
- 최선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