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이야기

아내의 용기

조직검사를 앞두고

담당주치의 선생님은

나와 아내를 면담실로 불렀다.

그 동안 찍은 폐 사진과 가슴 CT, PET CT촬영자료를 보여주며

자세히 내 몸에 안좋은 혹이 기관과 폐 사이에 약 달걀만 한 크기로 자라 있다고

설명을 하면서

너무 크고 가까이 식도와 기관이 지나가고 가슴 앞쪽으로

큰 혈관과 신경들이 많이 지나가므로

조직검사는 부득이 등으로부터 침을 찔러서 폐를 통과하여 조직을 채취하는 작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비교적 상세한 의견을 들려 주었다.

 

이때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의외로 아내는 침착하였으며 담담한 얼굴이었다.

 

아내가 선생님께 물었다.

그렇다면 병명이 뭔가요?

 

의사는

망설임이나 미안함 없이 주저하지 않으며

'예 폐암입니다'

하고 명쾌하게 답변하였다.

 

아내와 난 그저 멍 해서

마치 '심한 감기몸살이군요' 하는 말을 듣듯이

'아,,, 예..' 하고 즉시 시인을 하였다.

 

아내는 용기가 대단하였다.

폐암이라고 하는 순간 큰 병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암조직은 크다지만 작년 9월 정기검진에서 없었던 암조직이 최근에 생겨났고

다행이 목의 담으로 고생하다가 우연히 일찍 발견되었고

남편인 내가 능히 잘 이를 극복하여 나을 것이라는 신뢰가 들었기에 불안한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고 뒷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용기있는 아내 덕에

나 역시 마음이 든든하였다.

 

물론 속으로 안쓰러운 눈물을 꿀꺽꿀꺽 삼키기는 삼켰다.

아마도 서로는 서로가 안쓰러워 속으로 흘린 눈물이 더 많을 것이다.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믿음이 얼마나 큰 결과의 변화를 가져오는지 두고 볼 일이다.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곤하게 자고 있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0) 2009.05.05
환자 - 폐 끼치며 신세지며 사는 몸  (0) 2009.05.04
아내의 예지력  (0) 2009.04.28
어머님의 전화  (0) 2009.03.28
어머님의 낙향  (0) 200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