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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함께

미생물의 멋진 신세계

 [오태광의미생물이야기] 미생물의 `멋진 신세계` [중앙일보]

미생물이란 크기 1000분의 1㎜ 정도의 미세한 생물을 말한다. 너무 작아 사람의 눈으론 볼 수 없지만 인간생활과는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람에게 이롭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해를 끼치기도 하는 미생물. 그 천태만상의 세계를 매주 금요일 이 난을 통해 들여다본다.

호주 근해에서 발견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은 약 35억 년 전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의 지구는 온도가 높은 데다 공기 중에 유독성 이산화황과 이산화탄소가 많아 인간은 물론 현존하는 모든 지구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미생물은 이런 환경에서도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수소의 함량을 높이고 이산화탄소를 석회석으로 고체화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금의 지구, 즉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지구에 인류가 탄생할 수 있도록 작용한 공로자가 미생물인 셈이다.

생명체의 최고 원로격인 미생물이 현재는 얼마나 살고 있을까? 물론 어마어마하게 많다. 어린아이 새끼손톱 크기의 흙 1g 속에 중국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사람은 50조~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그런 체내에도 수백 조 이상의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미생물의 놀라운 힘은 뛰어난 번식력에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적어도 18년이 지나야 성인이 되는데, 잘 알려진 대장균은 불과 20분 만에 완전한 성체로 번식한다. 10시간 이내에 무려 10조 개의 자손을 불릴 수 있다. 흔히 상한 음식물을 먹은 뒤 금방 배가 아픈 것은 미생물의 이런 놀라운 번식력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다 또 억척스럽다. 화산지대, 수천m 깊이 바다 속, 사막지대, 남북극과 같은 극한지역에서도 살아서 자손을 퍼뜨릴 수 있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총 무게 중 60%를 미생물이 차지하고 있다면 믿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개개의 체중을 고려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수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로도 단지 1% 미만의 미생물만 키울 수 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99% 이상은 여전히 불모지로 남아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의 지혜를 최첨단 과학기술로 풀어 인간에게 건강한 삶과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자는 것이 미생물 유전체 기술의 요체다. 미생물 삶의 기능을 유전체를 통해 분석하는 것은 보물을 찾는 지도를 갖는 것과 같이 중요하다. 즉 21세기를 주도할 바이오 고속도로는 유전체의 해독과 그 응용기술 개발에 있다.

박테리아 신종을 발표하는 세계적인 국제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에 우리나라가 1996년까지는 단 한 개의 신규 미생물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2003년부터 세계 4위, 2위를 거쳐 2005년도 1위를 달성했다.

기능성을 갖는 보물인 물질은 유전체 정보에서 얻을 확률이 매우 크기 때문에 21세기를 바이오 시대라고 말한다.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찾는 보물지도와도 같은 유전체 해석의 시작은 생명체를 손에 갖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미생물 자원을 다량 확보해 나가는 것은 손 안에 보물지도 초안을 갖는 것과 같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생물 유전체 정보는 물질적인 측면뿐 아니라 현재 지구인의 가장 어려운 숙제인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미래 지향의 무공해.고효율.저에너지 기술이 실현되는 희망찬 신세계 역시 현재의 지구 생명체가 살아가는 환경을 열어준 미생물이 다시 열어줄 것이다.

◆약력=서울대 식품공학과, 서울대 대학원 미생물효소 박사, 한국 미생물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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