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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김장의 멋과 맛

토요일

누나네 진중리 유기농 주말농장에서 뽑은 배추는 약 40여 포기,

승용차에 가득 싣고 돌아온 후 소금에 절여 놓았다가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김장을 하였다.

배추가 작은 것은 두 토막으로 자르고

배추가 큰 것은  네 토막으로 나누어서 절였는데

비료도 농약도 치지 않고 기른 배추라서 크지는 않다.

 

김장은 예전에 일년 중 큰 집안행사에 해당하였다.

마치 명절 차례준비와 같이 최소한 서너명의 식구가 같이 달라 들어서

서로 돕고 힘을 써야 김장이 끝났기에 그렇기도 하였고

모든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절이고 씻고 만들고 바르고 끓이고 식히고 붓고

나르고 담고 같이 식사하고 완전히 끝나면 이웃에게 맛보라고 돌리고...

 

크게 재료를 구분하면

배추김치만 하더라도

배추, 무, 갓, 미나리, 쪽파, 대파, 마늘, 생강, 청각, 깨,

찹쌀가루, 고춧가루, 멸치젓, 새우젓은 기본이요

여기에 지방에 따라서 조기새끼를 넣는가 하면, 어느 지방은 신선한 명태, 갈치 등을

넣는 곳도 있다.

찹쌀가루를 풀처럼 끓여서 여기에 고추가루를 풀고 쪽파와 갓을 숭숭 썰어서

넣고, 무를 채로 썰어서 같이 넣고 청각을 다져서 같이 버무리면서, 새우젓과 멸치젓을 갈아 으깨 넣고

마늘과 생강을 곱게 갈아서 충분히 서로 섞어 주면 훌륭한 기본 양념이 된다.

소금이 절은 배추에 양념을 잎사이에 바르고 넣어주고 마지막에는

배추에서 양념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좌우로 바깥 배추잎으로 엇갈려 감싸주면 된다.

 

과거에는 집 마당에서 김치를 만들어서 땅속에 묻힌 독에 하나 하나 채워 넣어

뚜껑을 덮고 볏집이나 가마니로 덮어 주었지만

김치냉장고가 장만된 일반 가정에서는 플라스틱 저장용기에 차곡차곡 담아서

뚜껑을 잘 닫아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주면 된다.

 

백김치는 옆에서 담는 것을 보니까

속이 노란 배추를 골라서 주로 사용을 하고

무우를 채 썰고

마늘과 생강은 얇게 썰어서 편을 만들고

대추는 마른 것을 씨를 뺀 후 가늘게 썰어 놓고

밤도 납작하게 편을 만들어 놓고

미나리와 갓 그리고 쪽파를 썰어 모든 재료를 고추가루 없이 버무린 후

배추 잎 사이 사이에 채워넣으면 된다.

그리고 생수에 다시마와 마른 새우를 넣고 끓인 다신물로 식혀서

60~70도 정도가 되면 각종 재료가 채워진 배추가 잠길 정도로 가득 부어서

뚜껑을 닫아 저장을 한다.

 

밥과 함께 금방 먹을 것절이는

남은 양념에 남은 배추와 배추 부스러기 갖은 남은 재료를 넣고

약간의 참기름과 약간의 설탕을 넣고 충분히 버무린 다음,

맨 마지막에 생굴을 넣어서 살살 버무리면 훌륭한 밥반찬과 애주가의 감칠맛 나는 안주가 된다.

매콤한 고추가루 양념에 갓의 쌉쌀한 맛과 향, 생굴의 향긋한 바다내음 부드러운 맛

그리고 이 것절이 김치와 함께 싸서 먹을 돼지고기 갈비살이나 목살을 삶은 수육(보쌈)은

환상적인 콤비식품이자 안주가 된다.

밥을 한 술 뜨고 것절이에 굴을 넣고 갓 삶은 부드러운 돼지고기 수육에

새우육젓(유월에 잡은 살이 오른 새우를 즉시 젓갈로 담은 것)을 몇 마리 얹어 싸서

입안 가득히 넣고 씹으면 그 구수하고 칼칼한 맛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그리고 나서 뜨거운 배추국(배추잎을 찢어서 된장과 소고기 양지를 찢어서 같이 끓인 국)을

시원하게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떠서 먹으면 속이 확 풀린다.

물론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마찬가지로 안주삼아 먹으면 애주가들은 행복해 진다.

 

예전에 김장은 생활의 중요하고도 힘이 드는 행사로로 여겼지만

요즘의 김장은 가족들끼리 준비하고 만들고 나누어 먹고 그 과정 중에서

서로 생활의 지혜도 나누고 정담도 나누면서 맛난 음식을 같이 먹는

잔치분위기로 만들어 갈 수 있다.

 

김장을 하는 일이 번거롭고 손이 많이 드는 일이라서 최근 사서 먹거나 얻어 먹곤 하였는데

금년에는 안전하게 키운 배추와 무, 갓, 파를 재료로 직접 가족들이 힘을 합쳐서

담가 먹게되니 비싼 배추와 재료 값이 절감되었고 잊혀질뻔한 김장의 노하우를 다시 시현해

본 좋은 계기가 되었다.

 

모처럼 오랜 만에 김장을 가족들과 같이 하면서 훈훈한 정을 나누고 조상의 생활의 지혜를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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