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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반달과의 대화 - 1

 

8월 24일 반달과의 대화 - 1

 

반달이 밤하늘에 높이 걸려있다.

달아달아 너는 알고 있겠지.

태초부터 이 세상을 지켜보았던 달아 너는 모두 알고 있지?

내 아버님 병이 나을지 혹 잘못 되어서 운명을 달리하실지 넌 알고 있지?


내가 보아왔고 생각해 왔던 우리 아버님은 건강하셨지

물론 고혈압은 오래전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계신 병이라서 계속 약을 드시면서 조심하셨지,

그리고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빼고는 80세까지 건강을 자랑하셨던 분이시지.

3년 전부터 당뇨증세가 나타나 그 때부터 약도 드시고 그 무렵 아버님 집이 불이 났고 그 때부터 이런 저런 곳이 조금씩 아프다고 하셔서 진찰을 해 보니 간수치도 높고 당뇨도 높은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도 생활에 전혀 지장 없었지

달아 네가 지켜보아서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최근,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1년쯤이나 되었나보다.

아버님께서 무릎이 쑤신다고 하시고 진통효과가 있는 약도 드시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며

본인의 건강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 오셨음을 너와 내가 알고 있지 않니?

그 좋아하시던 염소 키우는 일 오리 키우는 일 모두 자제하시고 최대한 조심하셔 오셨지.. 

누나가 이번 휴가 때 산청에 갔을 때도 기분도 좋아하시고 잘 드시고 여기저기 나들이 길도

아프다 말씀 없이 지팡이 짚고 잘 걸어 다니셨지 않니?


그리고 좀더 건강하신 생활을 위해서 부분 틀니까지 해 넣으시려고 8월 2일 그리고 6일에치과에 가셔서 틀니 본을 맞추고 은빛 이도 하나 씌우시고 했지 않니?

건강한 노후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계신 아버님이라는 걸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말이다.

작년 어머님 생신때 그리고 아버님 생신 때 아버님은 말씀하셨지 9988 1234를 들으시고

알게 되셨다고.. 그래서 아버님 태호 용호 모두 장가가서 손자며느리 볼 때까지 오래오래 사시라고 내가 말씀드렸지... 그 때 아버님은 반가우신 웃는 얼굴로 어이쿠 그 때까지 그리 오래 살아?,,,

그리 살면 좋기야 좋지 하시며 은근이 그 날을 기다리시는 얼굴 표정이었던 것을 너도 보았지?..

 

 

그랬던 아버님이

갑자기 고열이 오르고 무릎이 많이 아프시기 시작은 8월 8일부터 아버님은 이번 병이 여러 가지로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기도 하다. 하도 아프시니 10일 아침에 자양동 작은 아버님과 같이 읍내 보건소에 가셔서 관절염 주사도 한대 맞으시고 약도 타오셨지.


내가 8월 10일 저녁에 고향집에 도착하자 아버님께서는

‘아이고 내가 무릎관절염이 너무 심하고 아프고 부어서 누워있다. 도대체 와 이리 아픈지 통 모르겠다’ ‘고마 이제 죽을란갑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 하는데 이기 유언이다 여기고 들어봐라, 내가 죽으면 영천에 국가유공자 국립묘지에 안장을 해라. 산청에 포상계라는 것이 있는데 자양동 석채 작은아버지가 회장을 맡아하고 있다. 예전하고는 달리 집에서 초상을 치루지 않고 가까운 진주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많이 하는데 장례가 끝나더라고 돼지 한 마리는 마을에서 잡아서 모두 나누어 먹는다. 그러니 내가 죽으면 진주에 가서 화장을 하고 뼈를 보통 단지에 담아서 영천에 갖다 주면 그 곳에서 다시 정해진 단지에 옮겨 담거든 그래서 좋은 그릇을 쓸 필요도 없고 영천국립묘지에 갖다 줘 봐야 거기에 담아 주지도 않고 나라에서 지정한 단지에 담아서 묻기 때문에 괜히 돈만 낭비하게 된다. 물론 내가 좀 더 오래 살다가 죽으면 산청에 현재 만들고 있는 국립묘지에 묻어도 되고 임실에도 국립묘지가 있는데 거기는 연고지도 없고 해서 영천 아니면 산청에 묻도록 해라.’ ‘장례가 끝나면 돼지 한 마리를 마을에 내 놓으면 된다.’ 하셨지.

그래서 ‘예 잘 알고 있어요.‘ 하고 내가 대답을 하였지. 속으로는 앞으로 한참 후의 일을 왜 볼 때마다 이야기를 하시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


그리고는 말씀하시기를

‘내가 몇 번 이야기 했는데 한성빌라 태호 앞으로 이전해 주라 했는데 왜 여태 안하고 있어? 한성빌라는 태호 앞으로 해 주어라‘ ’예 언제든 하면 되니까요 금방 하니까요‘ 하고 대답을 드렸지.


‘그리고 내가 오래 전에 사망보험 하나 들어 놓은 게 있는데, 내가 죽으면 사망신고서 해 가지고 가면 딱 100만원 장례비로 나오는 데.. 옛날에는 금액이 크다 생각해서 들어 놓았는데 지금은 돈도 아니지만 그 돈을 찾아서 장례비에 보태거라.’ 아내가 웃으면서 여쭈었다. ‘아버님 보험증서는 가지고 계세요?’ 하니 아버님은 ‘그럼 잘 가지고 있다.’ 하시면서 ‘산청군과 의료보험공단에 또 사망신고를 하면 다문 얼마를 줄끼다. 그것도 보태서 쓰고, 그러니까 사망신고서가 4장이 필요할끼다. 영천이 1장 보험회사 1장 군청에 한 장 의료보험공단에 한 장’ ‘에.. 또, 내 평생에 남한테 줄 돈은 1원도 없고 그 대신 받을 돈도 한 푼 없다. 그러니까 느그들이 신경 써서 갚아야 할 것이 하나도 없으니 그리 알거라 ’ 하셨다.


내가 대답하기를 ‘아버지 듣긴 들었는데 나중에 다 잊어버릴 거예요. 오래 사실 건데 제가 기억을 잘 못하니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해 주세요.’ 하였다.

그리고 내가 말씀드리기를 ‘아버지 아버지가 아프셔서 서울에 큰 병원에 가셔서 치료를 받으시다가 돌아가시면 서울의 큰 병원의 장례식장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산청으로 굳이 내려와서 장례식을 할 수는 없지 않아요?’ 하였더니 어머니가 듣고 계시다가

‘그럼 그리되면 천상 서울에서 장례를 치루어야지’하신다. 아버님도 그 사항에 대하여는 별 말씀이 없으시다.


왜 유독 이번 여름휴가에 아버님이 내게 유언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는지 달아 넌 알고 있니? 매년 한 두 번씩 이야기 해 오신 내용이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왠지 이번 아버님의

말씀은 자꾸 내 마음에 맺히는 걸까 달아 넌 알고 있지?  

그리고 8월 8일 무렵부터 갑자기 아버님의 무릎이 많이 아프시고 그 이후에 아버님의 이곳저곳 건강이 일시에 급격히 나빠진 이유를 달아 너는 알고 있겠지.

의사의 이야기로는 아버님이 패혈증에 걸리셨고 요로염증도 있고 간경화 초기이고 신부전증

그리고 당뇨가 있어서 치료가 간단하고 용이하지 않음을 계속 이야기 해왔고 어제부터는 요독과 붓기를 빼기위해서 혈액 투석을 시작하였음을 알고 있지?

내 생각으로는 아버님의 의지와 정신력은 충분히 병을 거꾸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계시다고 믿고 있는데 육체적인 병균과의 싸움에서 아버님의 육체가 버티셔야 한단다.

굳이 네가 내게 왜 아버님이 병에 걸리셨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좋지만 이것만은 알아주기 바란다.

우리 아버님은 아직은 더 오래 어머님과 해로하시며 사셔야 할 분이므로 우리 아버님 회복을 위해 네가 온 가족과 아버님께 힘을 불어 넣어주어서 약해지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므나.


큰 손자 태호 박사되고 손자며느리 들이고 작은 손자 용호도 좋은 회사에 취직하여 손자며느리 들이고 윤정이 진석이 서림이 서라까지 손주사위 들이는 것 보시고 돌아가셔야 할 분이니 그리 알고 도와주게나. 9988 1234 하시도록 그래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아버님처럼 세상을 바르게 그리고 너그럽게 살아오시면 건강하게 오래 사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달아 !! 우리 모두 힘과 정성을 다해보자.  너도 도와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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