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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함께

나 홀로 소풍과 개미 회식

 

나 홀로 소풍과 개미회식

 


아내는 방학을 했고 공릉동 산업대학교에서 10일 동안 도예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몇 해 전에도 도예연수를 받았는데 이번에 또 신청하여 다닌다.

어제 일요일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서 건조를 시켜야 하기에

부득이 산업대학교에 작업을 하러 가야한다고 하였다.

난 짐도 날라 줄 겸 아내가 작업을 마칠 때까지

대학교 그늘 잔디에서 나 홀로 소풍을 즐기기로 하여 자동차를 가지고 따라 나섰다.

나 홀로 소풍이지만 먹을 것은 단단히 챙겼다.

감자도 쪄서 담고 수박도 네모로 썰어서 담고

음료수와 생수를 넣고

그리고 냉동실에 보관 중이던 안흥찐빵도 전자레인지에 뜨겁게 데워 비닐에 쌌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야외에서는 컵라면이 맛있기에 김치사발면과 안성탕면사발면을

아내 것과 내것 각 1개씩 샀다. 가방에 챙겨 넣으니 가득이다.

그리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 줄 책도 한권(유림, 儒林 5권 - 최인호 작) 챙겨 넣었다.


아내의 짐을 내려주고 난 근처 큰 밤나무와 도토리나무가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나무 아래 나무벤치에 자리를 잡고 모처럼 나 홀로 소풍을 즐겼다.

책도 읽다가 주변 푸른 나무들도 보다가 학생들이 지나가는 것도 보다가 찐빵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감자도 먹고 수박도 먹고 그리고 담배도 한 대씩 피우고 또 책을 읽고....

조용한 대학 캠퍼스, 그늘 밑 벤치,  매미의 합창, 산들산들 부는 바람,

나무와 풀들이 쏟아 내는 향긋한 향(피톤치드 라고 했던가?)을 마시면서

낮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가 점심시간이 되자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나는 얼른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아와서 기다리는 동안 감자 수박 찐빵을 꺼내어 놓고

아내에게 먹으라고 권하였다. 하지만 아내는 컵라면만 먹고 수박 몇 조각 먹었다

뜨거운 컵라면, 시원한 바람, 아늑한 그늘 밑, 평안한 나무벤치...

여름휴가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아내가 두어 시간만 작업하면 끝이 난다고 했다. 

 

난, 책을 읽으면서 수박을 포크로 찍어 먹다가 내 앞에

아주 작은 개미들이 기어 다니는 것을 목격하고 물끄러미 관찰을 하게 되었다.

그 개미들은  몸길이가 2~3mm정도 되는 작은 종자들이었다.

아침에 세찬 비가 내렸고 개미들은 먹이가 있는지 아마도 찾으러 다니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수박 작은 조각을 개미들에게 먹이로 준다면 이들이 힘들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0mm x 30mm 두께가 약 2mm 정도의 작은 수박

조각을 개미들이 지나다니는 길 옆에 살짝 놓아두었다.

처음에는 개미들이 수박에 다가가서 흘끔 흘끔 냄새를 맡거나 빙빙 도는 것이 보였다.

이들은 먹을 수 있는 먹잇감인지 그 크기는 과연 얼마나 큰지 탐색을 하는 것 같았는데

약 5분이 지나서 보니 약 70~80마리가 수박에 매달려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고

수 없는 개미들이 이 거대한 먹잇감으로 줄을 이어 속속 도착을 하고 있었다.

먹이로부터 거꾸로 개미의 접근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니 과연 장관을 이루면서

개미군단이 오고 가면서 분주하다. 개미집은 2미터 떨어진 큰 도토리나무 밑둥치의

땅 밑이고 그곳에서 먹이까지 줄을 이러 달리듯이 오고 가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난 책을 접어두고 개미들의 회식을 가만히 관찰하기로 하였다.

어린아이 한입거리도 되지 않는 작은 수박조각이 이젠 300~400마리의 작은 개미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형 먹이가 되어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정량을 먹고 난 개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대신 새로운 개미식구가

회식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임무교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야 맛있게 먹었으니 돌아가서 이웃사람들 빨리 오라해서 먹으라고 전해야지’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고 새로 찾아오는 개미 이웃들은 ‘야 먹이가 어디쯤이야 이리로 곧장

따라가면 먹이가 있다구? 빨리 가자 빨리 가 오랜만에 포식을 해야지,,‘하면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기한 개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개미집에서 먹이까지 2미터이고 먹이로부터 약 15센티에서 20센티 멀리까지

몇 마리 개미들이 갔다가 돌아오고 먹이를 먹고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내가 알기로는 개미가 이렇게 많이 집단으로 이동하는 중에 길을 잃은 것 같지는

않는데 왜 굳이 돌아서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먹이를 먹는지 이상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그들은 관측병들이었다.

다른 종족의 큰 개미(길이가 10mm정도 되고 모양이 틀림)가 먹이 가까이 의도적이던

우연이든 접근을 하니까 그 작은 개미가 위협을 가하였고 큰 개미는 놀라서 도망을

친다. 아하 사단장 개미가 지시를 한 것 같다. 동족 개미들이 먹이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파수병을 지명하여 먹이를 중심으로 반경 20센티 내에는 외부인의

접근을 관측하거나 퇴치하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었다. 큰 개미는 결국 빙빙 멀리 돌다가

내가 떨어뜨려 준 찐빵 작은 조각을 발견하고 신이 나서 멀리 멀리 힘겹게 끌고 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개미 같기도 하다. 자기만 먹으려고 하는 것인지

가족들에게 가져다주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개인주의적인 개미같아 보였다.


내가 흘린 작은 수박 한 조각과 찐빵 부스러기가 수많은 개미식구들에게 소중한 먹잇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개미들의 나눔과 공동생활의 지혜를 지켜보며 우리 인간들과

비교를 해 보게 된다. 우리 인간들은 크고 좋은 것을 발견하면 나와 내 가족만 배부르면

좋다고 여기지만 개미들은 전 종족이 함께 단체회식을 하면서 나누는 지혜를 철저하게

지켜가며 공생하고 있음을 느낀 나 홀로 소풍은 의미가 깊었다.     

 

아래는 아내가 만들고 있는 각종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