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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오래된 것들

오래된 것들
 
삼성의 최고경영자 이건희 회장은
새로운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던진 화두가 '가족을 제외하고 다 바꿔라'였다.
첨단시대에 변화를 좇아서 적응해 가는 속도가 빨라야 살아남는다 라는 의미이다.
한 해가 다르게 기능과 디자인이 바뀌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구두 옷 각종 생활용품은
그 변화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심지어 가장 변화가 느린 주택의 경우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주택의 브랜드화 신개념 오피스텔 주상복합빌딩 홈 오토메이션 등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이 나타나고 그 기능과 효용성이 바뀌며 향상되어 간다.
 
컴퓨터의 용량은 커지면서도 크기는 오히려 작아지고
디지탈카메라의 종류와 기능 화소 등이 향상되고
인터넷 접속 및 해지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속에서 유독 우리 가정만 이러한 세태에 적응을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넉넉하지 못한 금전적인 형편 탓일까?
성격이 조급하지 않고 변화를 좋아하지 않은 성향탓일까
어째든 간에 남들보다 앞서가려는 도전의식이 약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경우 더욱 변화를 따라가는데 인색한 것을 알 수가 있다.
 
나와 나의 아내가 주위의 트렌드와 제품과 사회인식의 변화를 실감하고 느끼면서도
고집스럽게(?) 과거의 것을 지키고 애착을 가지고 변화를 주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그 증거가
있다.
 
내가 사는 한신코아빌라는 1993년도에 분양받아서 입주하였는데 이제껏 이사도 가지 않고
14년 동안 살고있다. 특별한 불편도 없고 애터지게 재테크를 위해 사고 팔고 하고 싶지도 않다.
잘 지어서 그런지 모든게 마음에 들고 그 동안 큰 하자도 없었다.
단지 보일러가 고장나서 몇 년전에 새로 들여 놓았다.
조경이나 외관 그리고 위치와 입지도 좋아서 더욱 이사를 가고 싶지않다.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1996년 12월 구입하여 11년째 타고 다닌다.
튼튼하게 잘 만들어서 그런지 주기적인 기본정비만 하고도 탈없이 잘 굴러간다.
디자인도 촌스럽지 않고 색깔도 잘 골랐던 것 같다. 그리고 에어컨 개스를 단 한번도
보충하지 않았는데 여름에 시원하다. 물론 기름이 많이 드는 것이 가장 문제로 남아 있다.
 
우리 집 TV는 아남내쇼날 제품으로 29인치 브라운관 TV이며 15년이 되었는데 시청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최근들어서 화면이 떨리고 선명하지 않아서 약간씩 문제가 되었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작년에 유선 cable 방송에 단체로 가입을 하면서 화면이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우리나라 일반가정의 TV의 평균교환주기는 5~6년 이라고 하던데 15년이 된 우리집 TV는
아직 볼만하였고 아이들이 대학을 모두 들어가고 2년이 흘러서 모니터의 추세가 완전히 
바뀌었기에 드디어 큰맘 먹고 올해 초 엑스캔버스 42인치 LCD TV로 바꾸었다.
새 텔레비젼도 가능하면 오래 바꾸지 않고 사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집 냉장고는 1993년 골드스타 제품이며 용량도 크지 않으며 15년째 사용을 해 왔었다.
물론 용량이 작아서 저장관리가 어렵다고 바꿔야 한다고 아내는 매년 불평을 하여 왔지만 
쉽게 바꾸지 못하고 지금까지 써왔다. 그러던 중,
엊그제 삼성플라자 공릉점에서 대폭 할인행사가 있어서 기회가 되었다 싶어서 
드디어 용량이 약 두배로 큰 삼성 지펠로 바꾸었다.
과거 냉장 냉동 기능에 최근에는 디자인 색상이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여
가구와 같은 기능을 추가하여 과거의 냉장고 기능보다는 월등한 제품이 많이 개발되었다. 
 
옷장과 화장대는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아내가 시집올 때 들인 것으로 낡기는 했지만 25년째 그대로 두고 사용하고 있다.
 
책장도 25년 거실장도 25년째 사용하고 있다.
 
물론 벽지 장판도 한번 바꾸지 않고 14년째 그대로다.
아이들이 비교적 얌전한 편이라서 집안에 낙서 하나 없기에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해외에 출장갈 때 들고다니는 서류가방(일명 007 가방)도 20년은 되었다
외국의 유명 제품이라서 그런지 오래 쓰니까 더욱 손때가 묻어나는 것이 오히려 괜찮아 보였다.
 
등산화는 가죽으로 된 것과 천으로 된 것 두개가 있는데 가죽으로 된 것은 20년이 넘었고
천으로 된 것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물론 등산을 자주 다니지 않았고 아직 훼손되지 않아서
신고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안방에 놓여있는 빨간 전화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5년 가까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거실에 달려있는 천정선풍기는 12년인가 되었고 에어콘은 아직도 사지 않고 버틴다.
 
거실에 걸려 있는 미술작품은 아내가 미술대학 졸업때 그린 졸업작품으로 28년 된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모든 오래된 물건들이 그다지 아주 낡거나 볼품이 없거나 하지는 않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내가 구입을 할 때 꽤 앞을 내다보고 구입을 하여 그런 것 같다.
긴 세월 사용하여 유행이 한참 지났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허접스럽게 보이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다. 
 
물론 자동차나 가재도구를 바꾸어서 얻어지는 기쁨과 편의성도 크다. 
하지만 대국적인 차원에서 물자낭비 및 과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누가 이야기 하였듯이 '필요하다고 사지말고 없어서는 아니될 때 사라'고 하는 말을
생활 속에 실천하고 있는 아내가 자랑스럽다. 아내는 속모르는 소리 하지마라고 할 것 같다.
돈을 팍팍 많이 벌어다 주었으면 자신도 남들처럼 앞서가는 현대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래는 14년 된 한신코아빌라인데 때때로 외벽도장도 하고 곳곳에 시기 적절하게
청소도 수리도 하기에 아직 깨끗하고 문제가 없다.
 

 

 

 

12년 동안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성능을 다 해준 고마운 천정 선풍기

15년간 정들었던 TV를 이번에야 새로 교체를 하였다.

 

 

 

 

제작년 화재로 산청 부리 고향의 부모님 집이 전소되어서

새로 지어드린 작은 시골집과 11년 된 자가용을 그 증거품으로 올려 놓았다.

아버님의 근검절약의 생활을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