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막내아들 용호에게
이젠 북한산의 산허리엔 진달래도 절정을 지나
붉은 꽃잎을 하나 둘씩 떨구고
대신 우리 한신코아빌라의 앞뜰엔 철쭉이 만발하고 있다.
논산훈련소 입소식에서 너를 두고 돌아온 지 아직
12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빠는 오래된 느낌이다.
육군 훈련소 29연대에 실려 있는 너의 소대원들의 자신감에 넘치고 밝고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대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지더구나.
그래서 아빠도 엄마도 형도 짧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글도 올렸고
네 편지도 잘 받았고 반갑게 잘 읽었다.
아빠는 장교로 군에 갔다 와서 그런지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욱 많이 보아 왔기에
네가 좀 섭섭할지는 모르지만 네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은 너에 대한 아빠의 신뢰가 크기도 하고 이 나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모두 멋지게 군대를 대다수 무사히 마치고 성숙되어서 제대를 해 왔기에 그렇다. 너도 실감하겠지만, 군대라는 특수집단이 사회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무섭거나 못 견딜 만큼 힘만 드는 곳이 아니며,
네 또래의 젊고 패기 넘치는 동기 선후배와 어우러진 멋지고 재미있고 얻을 것이 많은 사회라는 점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5월 10일 되면 더 있고 싶어도 퇴소를 해야 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소중한 시기에 비록 육체적으로 힘든 기간이지만 같이 뒹굴고 격려하고 훈련받은 훈련 동기생들과의 작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아쉽고 서운할 수도 있을 거야.
훈련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힘든 고통만큼 내성이 길러져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활력소가 되고 평생의 자부심으로 남게 될 거라 믿는다. 앞으로 남은 기간 군인의 정신으로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체험하기 바란다.
건강한 모습으로 5월 10일에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마.
종로 사무실에서
용호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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