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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야기

주락 이야기

9월 23일은

고대가 주최한 연고전(고대가 주최하면 '연고전'이라고 한다)이

막을 내린 토요일이었다.

 

축구 무승부

럭비 승

농구 승

아이스하키 패

야구 패

2승 1무 2패로 연대 고대 모두가 이긴 날이었다.

 

스포츠에 대한 나의 열정은 미미하여 운동장에 가서 응원할 정도는 못 되고

뒷풀이 장소에 가서 후배들을 격려한다는 명분으로

화우들이나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는 속셈으로 6시에

참살이 길(고대 본교와 이공대를 이어주는 먹자 길 - 낭만과 정열과 지성이 넘치는 거리)에

발을 딛었다.

 

이날 체육과를 졸업하고 염광고등학교 학생활동부장을 하고 있는 지영배 교우와

일찌감치 생맥주에 퓨젼닭요리 그리고 과일안주(이미 이날 메뉴는 정해진 것)를

먹기 시작하여 7시가 되어가면서 간호과 방에스더 경영학과 한재호

임학과 문준환 전자공학과 장문상 등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정중진화우가 정중한 모습으로 합석을 하였고

한경수 화우가 조금 늦게 합류하면서 브라보 건배 위하 고고고 맥주를 정신없이

마시게 되었다. 운동장에서 고대 응원을 신나게 끝내고 속속 참살이 거리로 모여

들어오는 기차놀이 행열을 바라보며 끓어 오르는 30년전의 잔잔한 감동에 젖어 갔다.

붉은 악마와 같은 색의 빨간 고대생 응원복장은 세태에 찌든 무덤덤한 선배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응원가를 외쳐대며 팔짝 팔짝 뛰기도 하고

댄스를 추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힘찬 함성을 외쳐대는 토끼같은 참새같은 후배들을

보면서 우리도 그때 그 기분으로 슬며시 빠져들어 갔다.

 

한참 분위기가 고조되고 술도 어지간히 마신 7시 30분경

우리의 호프 맹춘옥과 윤철민 커플이 나타났다

또 다시 브라보 부어라 마셔라 생맥주 파티가 시작되었다.

춘옥과 윤교수는 운동장에 가서 응원까지 하고 나타나서 고대정신을 드 높였다.

그리고 75학번 모두 모인 13명 중에 화우가 모두 5명으로 주를 이루었다.

 

후배들은 둥글게 원을 만들고 선배들과 함께 어깨를 걸고 뱃노래도 불렀다.

후배들은 얼마 되지않는 생맥주와 안주를 얻어 먹고나서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또 거리로 달려나갔다. '선배님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는 후배들에게 원없이 먹이지 못하는 선배들은 겸연쩍어 하면서

'그래 열심히 해라. 화이팅' 하며 엄지손을 들어보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파란 티셔츠를 입은 연대생들이 연고전을 주최하는 고대의 거리로 대거 몰려와서

스크럼을 짜거나 열차놀이를 하며 영원한 라이벌 고대생들과 조우하며

'고대바보' '연대바보'를 외치고 '입실렌티' 하면 '아카라카'로 응수 하면서 서로

재미있게 젊은 혈기를 쏟아내는 것을 보고 잠시나마 추억의 30년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후배이자 아들이고 딸같은 고대생들이 자랑스러웠고 고려대학교의 발전해 가는 모습에

뿌듯하였다.

11시 쯤, 뛰고 소리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기는 가운데

언제 이 잔치가 끝이날 것인지

알 수가 없어 한경수와 정중진과 황득수는 이젠 조용한 곳으로 자릴 옮겨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일어서려는 찰나

고대 총장께서 주락으로 방문을 하셨고

모두 서로 인사를 나누고 후배들을 뒤로 하고 세 화우들은

본교 앞까지 걸어가서

바다이야기로 갔다.(본교 건너편 뒷골목에 위치) 

멍게 해물파전 낙지볶음을 안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1시가 다 되어서 자리를 정리하였다.

 

올해 처음 시도한 고연전 뒤풀이는 성공적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과거 명동 종로를 누비며 본의 아니게 시민들에게 많은 민폐를 끼쳤던 그 시절보다

오늘처럼 참살이 길에서 고대가 연대를 초청하여 술도 한잔씩 내고 선후배와 고대,연대가

한 몸 한 마음으로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의 장을 열어가는 모습이 썩 보기가 좋았다.

모처럼 시들한 젊음을 자식같은 후배와 함께 분출하고 나니

새삼 젊어진 기분이다.

 

내년에는 연대에서 주최하여 연대 앞에서 뒷풀이를 한다....   

 

 

 2006.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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