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이야기

신북온천과 두부집

 

신북온천과 두부집


하계동 우리 집에서 북쪽으로 1시간여 달려가면 포천 신북 온천에 도달할 수 있다.

하계동에 있는 서울 온천은 게르마늄 온천수인데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로 가깝기는 하지만

왠지 잘 가게 되지가 않는다.

온천이라 함은 한적한 교외에 위치하여 주변 경관도 보고 가고 오는 길에 맛 집도 들러보는

재미있는 여행이라는 테마와 겸할 때 그 멋이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두천 소요산을 지나서 포천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3km 지점에 열두 개울을 지나서

언덕을 하나 올라 내려서면 왼쪽으로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신북온천이 나타난다.

94년 4월에 개장했는데 중탄산나트륨성분의 온천수가 지하 600미터에서 용출되는데

이젠 많이 알려져서 30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는 일요일에 주변에서 밀려든 손님들로

주차장이 가득 찬다.

온천물의 특징은 비누가 잘 풀리면서도 물로 아무리 헹구어도 피부가 미끄럽다는 것이 특징이다. 성인 기준 6000원이고 1000원을 더 내면 찜질방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동창생과 우리 부부가 어제 같이 신북 온천을 찾았다.

주변에 손두부를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는 맛있는 두부집이 있다고 하여 온천욕을 하고

모처럼 손두부를 먹어보려는 심산이었다.

일요일 1시 30분에 도착한 신북 온천 주차장은 예상대로 만차 상태에 가까웠다.

워낙 실내 온천탕이 크고 열탕 족탕 마사지탕 폭포탕 냉탕이 나누어져 있고, 야외 냉탕,

야외 온천탕, 그리고 고온, 저온 사우나실이 세 개 그리고 수영장, 숯가마와 찜질방이

여러 개 있어서 그 많은 사람이 들어왔어도 별로 붐비지는 않는다.

신발장은 1층에 위치하므로 우선 신발을 넣어두고 여탕과 남탕으로 갈라지는데 여탕은 1층

남탕은 지하 1층에 있다. 수영장과 각종 찜질방은 1층에 있다. 탈의장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신발을 보관하는 곳과 완전히 이격이 되어 조금 더 위생적이다.


먼저 샤워대에서 몸을 뜨거운 물과 비누로 씻고 머리를 감고 나서 온탕에 들어간다.

온탕에서 대개 10분 이내 몸을 덥히고 나와서 다시 한번 더 몸과 머리를 씻고 때도 밀고

잠시 쉬었다가 저온 건식 숯 사우나(실내온도 65도 평균)로 들어가서 약 5분 이상 앉아있으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땀을 충분히 흘리고 나서 사우나에서 나와

샤워대에 가서 미지근한 물로 머리부터 온몸을 씻어 내린다.

그리고 다시 온천탕에 들어가서 약 5분, 마사지 탕에 들어가서 약 5분 그리고 야외 온천탕으로

옮겨서 약 10분을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보내면 이래저래 1시간 15분정도 지나간다.

아내와 약속한 시간을 15분 앞두고 마지막 몸을 헹구고 나서 밖으로 나오면

정확하게 1시간 30분이 된다. (1차 세척 5분 + 온천탕 10분 + 2차 세척 10분 + 휴식 5분 +

숯 사우나 5분 + 3차 세척 5분 + 온천탕 5분 + 마사지탕 5분 + 야외 온천탕 10분 + 족탕 5분

+ 숯 사우나 5분 + 마지막 세척 5분 = total 75분 + 몸 말리고 옷 입고 정리 15분

= 총소요시간 90분이다.

예전엔 목욕탕이던 사우나건 온천이건 난 들어간 지 40분이 안되어서 후다닥 나오곤 했는데

요즘은 느긋하게 목욕하는 요령이 생겼고 충분히 지루하지 않게 시설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대개 아내가 입장한 후 1시간 30분 후에 만나기를 원하므로 자연스레 시행착오 끝에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손두부집의 위치를 모르므로 물건을 파는 동네토박이 아주머니께 여쭤보았다.

‘아주머니 여기 근처에 직접 두부를 만들어서 파는 맛있는 손 두부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인지 아세요?‘ ’아, 그 집은 포천 쪽으로 가시다가 큰 다리 건너서 보건진료소 옆집인데

간판도 없고 허름해서 찾기가 쉽지는 않을 건데.. 어째든 그 집에서 두부를 맛있게 만들어 팝니다.‘ 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다리를 여러 개 지나오면서 보건 진료소가 보이지 않았지만 참고 천천히 몰고 계속 살폈다.

기억에 허브아일랜드를 거의 다 와서 4번째 큰 다리가 나타났고 건너자마자

오른편으로 작은 보건진료소 건물이 있고 그 다음 찌그러져 가는 쓰러져가는 기와집에

부엌문 같은 곳에 조그맣게 두부집이라고 써 붙어 있는데 하마터면 지나칠 뻔 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약 30명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방에 통나무로 깎아 만든

4인용 식탁 6개가 고색이 창연하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고 앉아 있었다.

한쪽 구석진 벽에는 우리 콩을 마대자루에 넣어서 30포대 정도 쌓아 놓았다.

하루에 팔수 있는 양만큼 두부를 만들어 팔기에 당일 두부를 먹을 수가 있다.

들기름을 두르고 손님이 직접 부쳐서 먹는다는 5000원짜리 두부부침을 시키고

포천 쌀 막걸리 골드 한 병을 시켰다.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쌀 막걸리를 잘 흔들어서

누런 주전자에 옮겨 담고 다시 고동색의 술잔에 한잔씩 가득 따르고 건배를 한 후 반잔을 마셨다. 온천물에 데워진 빈 뱃속으로 시원하고 달착지근 짜릿한 막걸리가 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아 좋다’ 하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프라이팬에서 노릇노릇 고소한 냄새를 피우며 알맞게 익은

가로 120mm 세로 70mm 두께 12mm의 두부를 젓가락으로 6등분해서 집에서 담은 신 김치를

올리고 양념장에 찍어서 입안 가득 요리조리 굴려가며 씹어 삼켰다.

참 맛이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막걸리에 두부부침을 김치와 함께 싸 먹고 있는 동안 주인아주머니는

두부전골을 반 쯤 끓여 흑미 잡곡밥을 내 온다.

두부전골은 간을 새우젓으로 맞추고 잘잘한 버섯을 듬뿍 넣고 대파(직경이 10mm)를

길이 70mm로 썬 것을 예닐곱 개를 넣어주었다.

잘 끓은 버섯전골의 간이 베인 숨죽은 대파 줄기를 꺼내서 앞니로 잘라서 씹어 먹으니

그 향이 참 감미로웠다. 그리고 아주까리 큰 이파리를 간장에 절인 장아찌와 취나물

고추이파리 장아찌 등 직접 만든 반찬을 내 놓아서 미각을 돋우어 주었다.

시장하던 차에 오랜만에 먹은 직접 만든 구수한 손두부와 쌀막걸리로 마음이 편안해 지고

흐뭇하였다. 허브아일랜드 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6시 50분,

하지만 아까 먹은 손두부 요리와 막걸리가 하도 든든하여 9시까지 저녁밥 생각이 없었다.

값싸게 제대로 보낸 모처럼의 휴일이었다.

2007. 1. 29.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0) 2007.03.13
아버님과 오토바이  (0) 2007.03.13
300만원 예금통장  (0) 2007.03.13
달라진 남이섬  (0) 2007.03.13
일요일에 다시 찾은 남이섬  (0) 2007.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