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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토요일의 남이섬

 


7월 30일 토요일
며칠 전부터 계획을 잡았던 남이섬 가는 날,
오후 2시에 하계동 집을 나서면서
의료기센터에서 휠체어를 빌려 트렁크에 싣고
몸이 불편하신 팔순을 넘기신 장모님과 아내와 처남과 조카 둘,
모두 한 차에 타고 그렇게 출발한 지 두시간 삼십분이 지나서야
고대하던 남이섬에 입도할 수 있었다.
마침 여름휴가를 떠나는 수 많은 차량행렬로 경춘가도는 거북이 운행이었다.

남이섬 가까이 갔을 때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이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하니 비는 그치고
휠체어에 장모님을 모시고 유람선을 탔다.
연로하신 장모님이 휠체어를 타고 남이섬으로 가족 나들이를 나온 우리를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
곤 하였다.

휠체어를 들어서 배에 타고 내리고 하였다
중간 중간 턱이 있어서 들어 올리고 내리고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턱이 없다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어린애를 유모차에 태우고 오는 가족도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불편했으리라.
휠체어는 자체 무게도 무겁고 어른이 타면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처남과 내가 앞을 들고 아내가 뒤를 함께 힘있게 들어야만 안전하게 턱을 넘을 수가 있었다.

남이섬에 정작 들어서니까 모든 길이 비교적 잘 다듬어져서 휠체어를 밀고 다니기엔
불편함은 없었다. 어떤 관광객은 휠체어를 타고 편하게 구경을 하시는 장모님을 보더니
어디서 휠체어 빌렸어요? 우리 어머님도 불편하신데 빌렸으면 좋겠어요 한다.
서울서 빌려온 것이예요 하고 답하였다. 서울에선 하루를 빌리는데 3천원이다.
남이섬에서도 불편한 방문객을 위해 휠체어 몇 개를 비치하고 유료로 빌려준다면
노인을 모시고 온 사람들은 이용을 하고자 할 것이다.
다리가 불편하신데 젊은 자식들과 보조를 맞추어 걷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모두가
전동차를 타고 다닐수도 없으니까...

세계 청소년 공연축제를 하고 있어서 외국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장모님은 외국사람도 많이 왔네 하시면서 신기해 하시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은
주변 경관을 보시면서 예전에 왔을 땐 이렇지 않았는데 참 좋아졌다고 기뻐하셨다.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내게 ''아 이런데서 살면 참 좋겠다'' 하셨다.
나는 '예, 참 좋지요 자주 오면 되지요' 하고 맞장구를 쳤다.
참 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7시까지 이곳 저곳 돌아보며 돌아 나오려는데 미니기차 관리직원이 우리에게
''할머니 나가실 때 기차를 타고 편하게 가세요
할머니는 무료로 모십니다.'' 하고 친절하게 다가왔다.
물론 장모님께서 타지 않으시겠다고 해서 그냥 휠체어로 구경하면서 걸어나왔지만
그 직원들의 진심어린 친절에 고마움을 느낀다.

섬을 구경하던 중간에 장모님께서 화장실을 이용하러 가셨는데
아쉽게도 장애인용 좌변기가 없어서 고생을 하셨다고 아내가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다 어린이 대공원 같은 곳에도 장애인용 좌변기가 하나씩 화장실마다 설치가
되어있는데 세계적인 명소인 남이섬에도 세계 각지에서 오는 장애인(어린이 또는 노인)들이
편하게 쉬다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후 7시 20분, 서울로 돌아올 때는 차가 하나도 없어서 제 속도로 귀가를 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장모님께서는 우리 사위 덕에 남이섬 구경 잘 했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래서 다가오는 일요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남이섬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2005.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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