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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아버님의 거짓말

일요일은

기다린 어머님 생신

 

유성에서 공주로 가다보면

금강이 흐르는 언덕길에

1982년 처음으로 갔었던 오래 된 장어구이집이 아직도 성업중인데...

 

시골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외삼촌과 이모님 이모부님이

거꾸로 올라오시고

서울에선 자식들이 내려가서 큰 손자 대덕에서 태우고

금강변에 장어구이집에서 함께 모여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그리되면 부모님 좋아하시는 나들이도 하실 수 있고

서울 자식들은 그리 멀리 가지 않고 부모님을 뵈올 수 있어서

good idea라고 생각한 것이다.

 

부모님의 생신은 자식들이 효도하기 가장 좋은

일년에 두번 다가오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손주들에게는 어버이 모시는 어른들의 모범된 삶을 실천으로서

보여주는 교육이 되어

결국 우리가 나이 들었을 때 본 대로 따라하라는

무언의 가르침이 되기도 한다.

 

아버님께서 나와 누나와 아내를 앞에 두고

공연한 당부를 하신다.

'내년부터는 생일 없기로 하자. 너그들이 비용도 많이 들고 피곤도 한데

앞으론 오래 살지도 않을끼고 해서.. 고마  이리 신경 안써도 된다 알겠지'  

 

집사람 왈

"아버님 돈도 별로 안들고요 이렇게라도 해서 자주 뵈야지요

그리고 태호도 이런 걸 봐야 저희들이 늙었을 때도 잘 하죠..."

참 명답이로다.

아버님도 그만 입을 다무신다.

 

아버님은 가끔 흥미로운 이야기를 손주한테 해 주시곤 하는데...

어젠 불쑥 말씀하시기를

"얘 태호야, 들어봐

사람의 목숨이 참 묘해서

적당하게 살다가 죽고싶은데 저승사자가 데려가지를 않아서 죽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제...

그래서 나이 많은 노인들이 죽고 싶은데 저승사자가 데리가야 하는데

안데리고 가니 억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기라.. 이게 참 문제거든..

그래서 하늘나라에서 이젠 규정을 바꾸어서

사람이 살다가 도저히 살 수가 없거나 살만큼 살아서 이젠 죽어야 하겠다 생각 할 때

회사에 사표를 내듯이 하느님께 인생사표를 내면

저승사자가 바로 데려가도록 하면 딱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떻노?"

 

어머님 듣고 계시다가 하시는 말씀

'노인들이 하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데이... 백지 말로는 그래싸도 속으론

죽기 싫어하는 기다' 하고 거드신다.

 

맞다. 바로 어머니께서 하신 그 말을 기다렸고 난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아직도 부모님은 삶에 대한 의욕과 신념을 가지고 계시면서

농담도 하시니 안심이 되는 것이다.

 

아버님 팔순 때,

이 곳에서 일가친척 40여분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였고

근처에 빌린 팬션주택에서 1박 2일을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참석하셨던 일가 친척들께서 좋은 데 와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좋아들 하셨었다. 주변에 동학사나 갑사 계룡산 등 가 볼 곳도 많아서

어르신들은 좋아하셨다.

 

 

 

중부고속도로 올라오는데 유성에서 집까지 유례없이 5시간이 넘게 걸린

엄청난 교통정체 속에서도

마음은 뿌듯하고 평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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