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Crab in World Cup Park 8월 27일은 한차례 억수 같이 퍼 붓던 국지성 장마호우가 서울을 사정없이 훑고 남부지방과 강원도 지방으로 비구름이 몰려 가버린 일요일. 장모님은 건강이 좋아지신 탓에 요즘에는 따뜻한 바깥 햇살과 초록 냄새가 실려 불어오는 숲 바람이 그리워 지셨는지 휴일만 되면 막내딸과 막내 사위가 어디든 데려갔으면 하시는 눈치시다. 일요일 동네에서 제일 잘 한다는 김밥집에서 김밥 세 줄을 사고 나머지 먹을 것은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가서 값이 무척 저렴한 농수산물센터에서 장을 보기로 하고 휠체어를 싣고 장모님을 모시고 출발하였다 종암동 내부 순환도로로 올라타고 10분 만에 성산대교 북단의 북부 강변도로로 내려섰다. 내려서자마자 우측으로 회전하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잘 가꾸어 놓은 평화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인공연못이 제법 크고 갈대가 자라고 있어서 두루미도 와서 노닐고 비단잉어도 많이 자라고 있는 평화공원에는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고마운 마루정자가 여러 개 있다.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돗자리와 휠체어를 꺼내어서 장모님을 모시고 마루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정자 1개 당 7명~8명은 죽 둘러앉아서 쉴 수 있는 고마운 장소이다. 앞으로 탁 트인 큰 연못과 느티나무가 알맞게 그늘을 만들어 놓았고 그늘 밑, 나무 벤치엔 뒷걸음치며 계절의 뒤안길로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있는 여름 낮의 마지막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가족들과 연인들과 많이 나와서 풍요로운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연못가를 거닐거나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낮잠을 즐기거나 맛난 음식을 나눠 먹거나 공을 차면서 노는 아이들 모두 평화로운 오후였다. 아직은 햇살이 여물차서 아이들은 분수대 안으로 들어가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깔깔거리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나름대로 피서를 하고 있다. 자리를 잡아 놓고서 아내와 난 수산물 센터로 갔다. 수산물 센터에는 King Crab을 산 채로 쪄서 팔고 있는 가게가 너덧 군데나 있다. 큰처남 장모님 나와 아내 네 명이 먹을 수 있는 수족관에서 살아서 벌벌 기고 있는 큰 놈으로 싱싱한 킹 크랩 1마리를 골랐다. 무게가 2kg이나 되었다. 참고로 킹크랩은 맛이 진하며 쪄서 먹으면 구수하며 버터향이 나고 영덕 대게는 담백한 순수한 맛이 난다고 킹크랩이 속도 꽉 차서 실속이 있고 맛도 좋아서 킹 크랩을 미식가들이 더 즐긴다.
‘아주머니 이거 쪄서 가져가려면 몇 분이나 기다려야 해요?’ ‘예 한 25분이면 됩니다. 여기 저기 둘러보시고 오세요.’ 돈을 지불하고 먹을 물과 복숭아 그리고 식용알콜(처음처럼 21도 2홉들이)을 샀다. 그리고 킹 크랩을 먹으려면 당연 가위가 필요하니 하나 사고 소주 마시려면 작은 종이컵도 필요했기에 샀다. 25분이 지나서 다시 수산물 센터로 갔다. 잘 쪄져서 껍데기가 주황색으로 잘 익은 킹크랩은 김이 무럭무럭 났는데 주인아주머니는 캥 크랩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서 비닐로 덮고 뚜껑을 덮고 테이프로 잘 밀봉하여 손잡이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 구수한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킹 크랩을 들고 가는 난 마치 개선장군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한강 바람이 선들선들 부는 공원의 정자위에서 탁 트인 연못과 시원스럽게 쏟아 내는 분수를 바라보며 잘 쪄진 따뜻한 캥 크랩 속살을 손으로 집어서 먹으며 그 맛을 음미하는 시간은 신선이 부러워 할 일이다. 소주 반잔 마시고 구수한 향과 감미로운 맛의 킹 크랩 속살을 씹으며 뿌듯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참 맛있다’라고 연발을 하시는 장모님을 바라보며 그래 가끔 이렇게 모시고 나와서 맛난 음식도 사 드리고 좋은 풍경도 보시도록 한다면 그 동안 몸이 편치 않아서 힘드셨던 장모님과 아내가 행복해 할 것이고 나 역시 즐겁지 않겠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꼭 멀리 갈 것은 없을 것 같다. 날씨 좋은 일요일이나 토요일에 날 잡아서 가족과 함께 찾아가서 킹 크랩 몇 마리 쪄서 정자 밑에서 탁 트인 연못과 나무와 새들을 바라보며 화목한 시간을 가지고 영양보충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강남의 대게집에 가면 일인당 최소한 5만원은 가져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대게를 1인당 2만원이면 배 불리 먹을 수 있고 시원한 바람 쐴 수도 있거니와 배불리 먹고 나서 하늘공원도 한 번 오르고 갈대숲도 같이 걸어보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준비물은 1인당 2만원, 물티슈, 가위 잘 드는 것 1개, 과도 1개, 작은 포크 각자 1개씩이면 끝이다. 복숭아나 포도, 소주 인원수만큼 사고, 종이컵, 물이나 음료 그리고 김밥 몇 줄 사서 요기하면 그만이다.
|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님의 거짓말 (0) | 2007.03.13 |
---|---|
고향의 부모님 (0) | 2007.03.13 |
세 아이의 세 아버지 (0) | 2007.03.13 |
자랑스런 아들 (0) | 2007.03.13 |
최진석 소위 - 조카에게 (0) | 2007.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