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휴가도 역시 8월 15일 광복절 연휴를 전 후로 해서
내 고향 경남 산청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부모님도 뵙고 잠자리와 먹는 것도 편하고 일가 친척도 보고
가까이에 있는 지리산 계곡이 좋아서이다.
정광태동기가 합천 해인사에서 하계수련회를 한다고 미리 전화를
주어서 고향에 간 길에 잠시 들러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김언식동기도 바쁜 중에 여러번 같이 참여하자는 전화를 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쓰는 동기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마침 광주포병학교 14구대 동기생인 허일회 대령과 홍기동 대령이
온다기에 옛 전우들을 한꺼번에 같이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13일 고불암 산사음악회는 꼭 참석해야겠다고 다짐했다.
8월 13일 고향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내와 작은아이와 아버님과 함께
합천 해인사를 찾아갔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한 번도 수학여행을 학교에서
못 가본지라 가야산 해인사가 장엄하고 계곡이 크고 수목이 수려하다고
알고는 있어도 언제 특별히 가서 볼일이 없어서 안타까왔는데
이번엔 ROTC 17기 하계수련회가 해인사 고불암에서 있고 고향집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참 다행이다.
깜깜한 밤 길에 초행이었지만 차를 몰고 합천 해인사를 찾았다.
해인사 입구에서 윗쪽으로 8km를 올라가야 하는 고불암이라는 곳에서
산사음악회를 가진다는데 두 시간 가까이 굽이굽이 달려 간 해인사에서
다시 고불암까지 오르는 길이 어찌 그리도 멀고 험하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렇게 올라가면 과연 고불암이 있는 건지 의심이 갈 정도로
도로사정이 별로였다. 아버님께서도 가는 길이 맞느냐고 걱정을 하셨다.
9시가 다 되어서 산 정상에 아늑하게 웅장하게 자리잡고 앉아 있는 고불암을 만나니
놀라움과 함께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고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 진다.
이미 음악회는 시작되었고 앞 줄에 빈자리를 찾아서 아내와 함께 편안하게
관람을 하고 있다가 우연히 우측을 돌아보고는 눈에 익은 반가운 얼굴과
마주치게 되었다.
둘이는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야 너 오랜만이다 이게 누구야?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을 보니 105 한양대 이승휘라고 씌여있었다.
서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고등학교 동기생이 틀림없었다.
정확히 졸업하고 30년 만의 해후였다.
정말 반가운 것은 고등학교 합창반 시절에 같이 활동을 했던 점도 있고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ROTC로 인연을 맺었고
30년 만에 해인사 하고도 이름모를 암자인 고불암이라는 생전
처음 가 본 곳에서 야밤에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중 극적인 만남이라...
부처님이 서로 다시 만나게 해준 것 같아 오묘함까지 느끼게 된다.
이승휘동기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계속 공부하여 이학박사가 되고
지금은 전라남도 광주에 있는 호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중이었다. 서로 연락하며 살기로 하고 명함도 주고 받았다.
보고 싶어 찾았던 허일회대령와 홍기동대령은 정작 만나지도 못한 채
이동원의 향수와 권명호동기의 노래자랑까지 듣고 아쉽게도 하산하여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가족들은 처음 가 본 군대동기생 모임이지만 행사준비를
참 잘하였고 음악회도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자리였다고 칭찬을 하였다.
애쓴 모든 동기생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승휘와 사진도 찍었는데 사진 email로 보내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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