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는 5주 동안 '좋은 아버지 되기' 교육을 받았습니다.
친구의 아들(준호)는 북경에 어학연수를 떠난 지 4개월 째. 아들은 아버지가 아버지학교를 졸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북경에서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모두의 아들이기도 한 대학 3학년생인 준호의 편지를 같이 읽어 봅시다.
제가 북경에 온 지도 벌써 4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같은 반 사람들과 선생님은 제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 실력이 늘지 않아서인지 실력에 비해 욕심이 과해서인지 저도 궁금하네요. 욕심에 만족할 수 있는 실력을 빨리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아버지께서 ‘좋은 아버지 되기’란 모임에 다니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그 말을 듣고 전 그 순간 크게 웃어버렸습니다. 아버지께서 더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수업’까지 들으시는 것이 감히 너무 ‘귀엽게’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끊고 문득 ‘좋은 아버지란 어떤 아버지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떠올랐던 것은 ‘자녀를 훌륭하게 키운’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곧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는 맞지만 좋은 아버지라고 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상황이니 교육환경, 자식의 친구관계 등 아버지의 역량을 벗어나는 외부요건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자녀에게 모범이 되는’ 아버지 역시 좋은 아버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좋은 것만을 보고 자란다고 해서 착한 사람이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하지만 부모를 통해서 태어난 자식이라고 해서 전부 알 수 있다면 참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자녀 역시 하나의 인격체여서 부모로부터 받고 싶은 것만 받으려 하기에 ‘자식 농사가 가장 중요한 농사’라고 할 만큼 자녀를 교육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천성’이라는 걸 가지고 태어난다고들 하죠? 전 그 말을 믿습니다. 때문에 과학자 집안에서 예술가가 나오고 범죄자 집안에서 성인이 나오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만 보더라도 아버지와 저, 동생 모두의 성격이 다르잖아요. 저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끼리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울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로부터 ‘검소함’을 배우셨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로부터 ‘검소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항상 아껴서 쓰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제가 필요로 하지 않았다면 배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훌륭한 아버지란 ‘자식이 닮고 싶은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예전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아버지를 존경했던 이유는 참 여러 가지였습니다. 아버지의 검소함, 청렴함, 솔직함, 과묵함, 든든함을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를 존경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단 하나, 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완벽한 분이 아니십니다. 하지만 세상 어떤 완벽한 아버지보다도 아버지가 좋습니다. 때로는 과묵하게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시는 모습이 좋았고, 때로는 TV를 보며 눈물 흘리시는 인간적인 모습이 좋았습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저희들 앞에서 어머니를 껴안아 주고 뽀뽀해주셨을 때, 함께 등산갈 때, 저와 함께 수산시장에 갔을 때, 점차 집안을 더 챙기시고 감정표현이 많아지셨을 때, 그렇게 변해가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매번 집에 돌아갔을 때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당신은 제가 닮고 싶은 아버지 입니다. 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아온 삶을 믿기에 어디에 가서나 당당하게 나는 당신의 아들이라고, 당신이 제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저는 이 더운 날씨에 코감기에 걸렸습니다. 더우시더라도 에어컨 너무 의지하지 마시고 어머니와 함께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시고 등산도 하세요. 다시 만날 때까지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중국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준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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