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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새벽 단상

 
 


새벽 잠이 깨어 시계를 본다. 
4시 45분
억지로 한 숨을 더 자기로 한다.
1시간 정도 더 잠을 자고 깨어보니 5시 30분,


아내가 만들어 놓은 카레밥과 무우청 우거지 된장국을 뜨끈하게 먹고
일찍 집을 나선다.


6시의 아파트 단지는 어둑어둑하다.
후문 경비원 아저씨는 퇴근을 하고
난 출근을 하다가 가끔 만난다.


정확히 6시에 퇴근을 하게 되어 있어서
그 시간에 내가 지나가면 경비원 아저씨를 꼭 만나게 된다.
경비원 아저씨는 아내가 한복집을 하고 있다고 내게 이야기 하셨다.


오늘도 후문 경비실 앞에서 만났다.
'아 안녕하세요 지금 퇴근하시나봐요?'
'아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일찍 출근하시네요'
'예 아침에 일찍 잠이 깨면 사무실로 나갑니다.'
둘은 나란히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간다.


'담배 태우실래요?' 혼자 피우기가 민망한지 아저씨가 내게 한 대 권하신다.
'아 아뇨 제가 담배를 끊었어요 한달이 좀 넘었습니다. 하하하'
'아 그러세요?  저는 아직도 못 끊고 하루에 두 갑을 피웁니다.' 


'우연하게 스스로 끊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하지요.
몇 시간 참았다가 하루 참고 며칠 참아 보니까 안피워도 될 것 같으면서
이 참에 아예 끊어보자 했는데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고 전혀 문제없습니다.'


아저씨는 내가 부러운 눈치를 보이시면서도
'저는 술은 끊을 수 있을 것 같아도 담배는 못 끊을 것 같아요' 하신다.


'아 저도 그랬죠, 담배 끊을 생각도 안했고, 평생 피울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우연하게
끊게 될 줄을 몰랐지요... 그런데 끊어보니까 끊어지네요 하하하.'
'그리고 담배 끊은게 은근히 자랑스러워서 친구들한테 남들한테 이야기 했더니
모두 이제사 끊었냐는 투고, 너무 당연한 것을 하였다는 식이더라구요 하하하하.."


'하기사 요즘 10사람 중에 7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큰 자랑거리도 못되지요..'


아저씨도 끊을수만 있으면 끊었으면 좋겠다는 눈치시다.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마시고 혼자 며칠 슬그머니 끊어 보세요.
끊고 나니까 검은 가래도 많이 나오고 몸도 많이 개운해 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서로 헤어졌다.


버스 안에서 옆좌석에 앉은 승객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 몸에서 담배냄새가 심하게 나는 사람이 있다.
담배를 끊고 나니 더욱 담배냄새를 잘 맡게 돼나 보다.
담배냄새가 심한 사람들이 옆 승객에게 주는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를 끊어보니
생각하지 못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깨끗한 가을 새벽
그 동안 내 담배 연기에 시달렸었을 가로수, 서울 시민, 가족들, 그리고 많은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08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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