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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어린 시절 겨울 이야기

 

 

요즘 퇴근 길이나 출근 길에

한겨울의 찬바람을 맞으면서 걷노라면

마치 어린 시절, 무척이나 추웠던 시절의 그 겨울이 다시 찾아온 것 같다.

코트에 목도리까지 감았는데도 은근히 파고 드는 추위가 동장군의 위세를 실감케 한다.

 

어린 시절

얼음이 꽁꽁 언 날

친구들과 썰매를 타러 나갈 때는,

벙어리 장갑에

양말 두 컬레를 껴 신고 

털신을 신고

귀마개를 하고

털모자를 쓰고

내복을 입고

두꺼운 누비바지를 입고

완전무장을 했지만

얼음을 지치다 보면

손도 트고 볼도 트고

발엔 동상도 걸리곤 하였다.

 

동상이 걸리면 마늘껍질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발을 담그고 있으면 낫는다고 하여 그렇게 한 적이 있다.

 

방안에 놓아 둔 연탄난로에

흰 가래떡을 썰어서 구워먹었다.

 

추운 겨울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학교 앞에서

뜨거운 떡뽂이와 오뎅국물을 사먹었다.

 

동네 형집에 놀러가서 밥을 해 먹었는데

물이 모두 얼어서 밖에 쌓여있는 눈을 퍼서 녹여 밥물을 앉혀 밥을 지었던 기억이 있다.

 

물을 펄펄 끓여서 세숫대야에 붓고

찬물을 타서 따뜻하게 세수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에

우린 참 씩씩하였다.

 

동네 뒷산 솔밭에서 솔가지를 꺾어서

불을 붙여놓고 빙 둘러서서 친구들과 불을 쬐던 어린시절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던 겨울이었지만

의례껏 겨울은 다 그런거야 하면서 꿋꿋하게 잘도 이겨냈다.

 

그에 비하면

요즘 추위는 사실 별 것이 아니다.

 

 

2009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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