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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침묵

침묵

하루는 한 부인이 성 빈첸시오 신부를 찾아왔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신부 님, 저는 더 이상 남편과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제 남편과 매일 말다툼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제 가정을 화목하게 할 수 있을까요?”

빈첸시오 신부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부인, 수도원 앞뜰에 작은 우물이 있는데, 거기서 물을 얻어가세요. 그리고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그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으세요. 그리고 삼켜서는 절대 안 됩니다.”

부인은 신부님이 시키는 대로 물을 얻어갔다.
그날 밤 늦게 귀가한 남편은 부인에게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전날 같으면 부인이 마구 달려들었겠지만, 부인은 빈첸시오 신부님이 일러준 그대로 얼른 성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물이 새어나오지 않게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러자 남편의 떠들던 소리가 점차 잦아졌다.


침묵


그 다음 날도
남편이 들어와 떠들면 성수를 입에 물었다.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편의 달라진 태도에 부인은 무척 기뻐서 한달음에 신부님을 찾아가 감사인사를 했다.

“정말 신기하게 남편이 달라졌어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그러자 빈첸시오 신부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부인, 그건 물 때문이 아니라 바로 부인의 침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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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화(禍)는 혀(舌)에서 시작한다.
이치를 따져서 상대를 이기려 하지 마라. 다 쓸 데 없는 짓이다.
이기는 것은 직장의 일에서, 군인이 적과 싸울 때만 이겨라.
나머지 사람과 사는 사이에는 다 져라.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특히 아내와 이치를 따져서 이기려 하지 마라.
이 세상에 이치를 따져서 아내를 이긴 사람은 동서고금을 털어서 한 사람도 없다.

 

(서경석님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