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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곱창구이

 

 

 곱창구이 - 빌려 온 사진

 

 

 

 

 곱창구이판에 볶은 밥 - 빌려 온 사진

 

 

곱창구이

 

1980년 화천 북방 삼거리초소가 있던 삼거리,

15사단 관할지역으로서 초급장교로 15사단에 근무하였던 내가 주말에 동기생들과 종종

나들이를 하던 곳이다.

삼거리에는 여러 군데의 술집이 있었는데...

내가 즐겨 찾았던 술집은 ‘돌곱창구이집’이었다.

 

주인 할머님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군인들에게 곱창구이를 팔아오셨는데

맛이 좋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자주 이용하였었다.

연탄불 화덕에 새까맣고 윤이 반질반질 나는 두꺼운 돌로 만든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은근하게 달구어지면 할머님은 잘 손질한 길다란 소곱창 한 줄과 감자절편

그리고 대파를 썰어 가져오셔서 한꺼번에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바깥으로 기름이 튀지 않고

내용물이 잘 익을 수 있도록 양은뚜껑을 올려놓으신다.

연탄불에 잘 달궈진 먹돌프라이팬에서는 원적외선이 방출되고 닫아 놓은 양은뚜껑 안에서 내부의 뜨거운 복사열이 밖으로 빼앗기지 않으면서 내부의 재료들을 빨리 골고루 익혀주는 시스템이다.

할머님은 곱창이 충분히 익을 동안 뚜껑을 열지 못 하도록 당부를 하신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곱창의 밑면이 노릇노릇하게 익으면

할머님은 잘 드는 가위와 집게를 가져오셔서 곱창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주신다.

곱창의 곱과 곱창의 외부에 달려있던 기름에 감자와 대파가 푹 익어 가면 곱창구이 냄새가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었다. 할머님께서 ‘이제 다 익었으니 먹어요’ 하시면 소주 한잔 마시고 잘 익어 졸깃졸깃하며 고소하게 구워진 곱창을 참기름소금에 찍어서 입안에 넣고 오래 씹어서 삼키면 그 만족감이 여느 일품요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곱창기름과 곱에 간이 잘 배어 구워진 감자도 고소하여 곱창에 뒤지지 않는다.

소주와 곱창구이, 천생연분의 궁합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애주가들에게 사랑받는

명품요리가 아닐 수 없다.

 

나이 20대 중반에 그만 곱창구이의 진수의 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식도락 호운의 입맛은

그 후 나이가 들어도 그 맛과 향을 잊지 못하였고 곱창구이를 잘 한다고 소문난 집을

찾아다녀 보기도 하지만 쉽게 그 옛날 삼거리 ‘곱창구이집’과 같은 곱창구이를 만나지

못하였다.

 

고대 정문앞에 곱창구이집에 한 번 가 보았는데... 곱창이 매우 연하고 부드러워 씹기는

좋았으며 맛도 나름대로 있는데 예전의 그 고소하고 쫄깃한 완벽한 맛이 아니었다.

 

공릉동에도 곱창구이집이 있는데 몇 번 찾아갔다.

옛날 삼거리 곱창구이집에 비해서 맛이 약간 못하며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난 항상 제대로 된 곱창구이의 참맛을 제공하는 집은 없을까 하면서 찾고 있었다.

 

최근에 

아내가 다녀와서 내게 곱창구이가 참 맛있다고 전해준 오금동의 오발탄(화로 양.대창구이)이라는 곳에

온 가족이 함께 가 보았다. 맛은 독특하게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내가 찾아왔던 그 맛이 아니었고

워낙 가격이 비싸고 멀어서 자주 갈 수도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내가 생각하는 곱창구이 맛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발견하였고

아내와 함께 즉시 찾아갔다. 수유역 근처의 ‘황주집’인데 먹어보니 예전 군대시절

삼거리의 ‘곱창구이집’의 곱창구이 맛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지난 일요일 도봉산 등산을 하고나서 수유역 황주집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또 곱창구이를 먹었다. 검정 무쇠판에 초벌을 구워서 식탁에서 마저 익을 때까지 종업원이 구워주는 것은

서로 틀리지만 풍미는 약간 비슷하며 곱창구이를 다 먹고 그 돌판에 밥을 볶아 먹으면 맛이 특별하게 좋다

 

가까운 곳에 이 정도의 곱창구이를 파는 곳이 있어 가끔씩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참 기쁘다.

 

싸고 맛있는 곱창구이, 그 옛날 화천북쪽 삼거리의 할머니 ‘곱창구이집‘의 곱창 맛을

찾는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