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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2월 8일 일요일은

햇볕이 온화하게 대지를 쬐어 주면서

온 천지 사방에 짙은 안개를 드리우고 있었다.

 

결혼식을 끝낸 희영과 인집은 터어키로 신혼여행을 일요일에 떠난다고 했다.

 

딸을 보낸 아버지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희영을 시집보내신 큰 형님과 나와 아내와 함께 바깥 바람을 쐬기로 하였다.

 

차를 몰아서 달려간 곳,

뚝섬 서울숲이 정겹기만 하다.

 

봄이 우리 곁에 분명 가까이 온 것이다.

살랑 부는 바람도 온기를 머금고

서울숲의 땅과 길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사슴농장에는 식욕이 오른 숫놈들이 베어다 쌓아 놓은 풀을 먹고 있거나

나른함에 오수를 즐기는 암놈이 다소곳이 앉아서 졸고 있거나

새끼들이 한가롭게 이리저리 거니는 풍경이 봄의 평화로움이 아니랴.

 

자전거를 타고 서울숲의 산책로를 유유자적 오고 가는 연인들과 학생들 마음 속에는 벌써 봄이 와 버렸다.

젊은 부부는 봄의 손짓에 이끌려 유모차에 어린 아기를 태우고 공원 이곳 저곳을 누비고 있고 

지긋하신 노인들도 걷기 운동에 열심이시다.

 

이미 녹은 땅 속에서는 이제 곧 싹을 틔울 준비를 끝낸 봄 꽃과 봄 풀들이

천천히 준비운동을 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서울 시민의 휴식의 공간, 서울숲

곤충식물원에서 만난 수많은 예쁜 나비와 이름모를 꽃 나무를 보면서

자연의 다양성과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에 새삼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반짝 떠지고 마음이 탁 트이는 휴일 오후의 느긋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내친 걸음에 봄이 오는 길목을 따라서

덕소를 지나 조용하고 아늑한 한강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가나안 진흙구이 오리집에서

영양만점 진흙구이 오리와 소주 한 잔을 곁들여

희망의 새봄을 맞이 하고 돌아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의 냄새와 봄의 색깔과 봄의 온기와 봄의 촉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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