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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추석 대목 - 선물세트

 

추석 선물을 보면

어린시절

미아리에서 식료품가게를 하던 아버님 생각이 난다.

 

크지는 않았지만

가게엔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었다.

술, 라면, 과자류, 식료품류를 다 취급하였으니

지금으로 말하자면 동네에서 주민을 상대로 하는 작은 수퍼마켓이나 마트역할을 하는 가게였다.

 

아버님은 추석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추석선물세트를 많이 구입해서 대대적으로 판매를 하였는데

추석 하루 이틀 전부터 그 선물세트가 잘 팔려서 온 식구가 협동을 해야만 했었다.

선물세트는 정종, 과자류, 비누, 치약류, 음료수, 조미료류 등을 선물상자에 예쁘게 포장해서

가격대별로 골고루 준비해 놓은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퇴근 길에 선물상자를 골라서 하나 또는 두 세 개씩 우리 가게에서 사 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가용도 없던 그 시절,

동네에 지금과 같은 대형 할인마트가 없었고

길음시장은 너무 멀고

무거워서 들고 오기도 어려우니

집 근처에 다 와서 버스정류장 앞에 위치한 우리 가게에서 모두 사 가게 되었으니

그 판매수량이 대단했었다.

 

미리 선물 포장지를 사이즈별로 잘라 놓고

돈 바구니를 천장에 두 개 매달아 놓고 거슬러 줄 잔돈을 미리 준비하고

선물세트가 사람들 눈에 잘 보이도록 종류별로 사이즈별로 차곡차곡 쌓아 놓고

맨 위의 상자는 뚜껑을 열어서 내부가 들여다 보이도록 비스듬히 세워 두고

가격표를 세워 놓으면 판매준비가 끝이 난다.

퇴근 길 사람들이 선물세트를 들여다 보고 금새 골라서 사 가므로 가게가 붐비지 않고

빨리 빨리 신속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머리를 썼던 것이다.

 

아버지와 큰 누나는 주로 포장을 담당하였고 어머니는 돈을 받아 거스름돈을 내어 주시고

나는 가게 앞쪽에서서 손님이 선택한 선물을 포장하도록 아버지께 넘겨드리고

손님으로부터 받은 돈은 어머니께 드리면서 포장된 물건과 잔돈을 다시 손님에게 전달하며

안녕히가세요 하고 크게 인사하는 역할을 하였다.

 

양초, 향, 성냥, 정종, 소주, 선물세트, 기타 다양한 제품을 버스에서 한꺼번에 내린 수 많은 손님들이

일시에 몰려와서 한 바탕 사 가고 그 다음 버스에서 내린 손님들이 한꺼번에 사가고 하면서

어느 덧 밤이 깊어가고 쌓였던 선물세트가 다 팔리고

쌓이는 것은 보람과 피로와 돈통의 가득한 지폐들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손님이 많이 와서 그 많던 물건들이 팔려나가고 돈이 쌓이는 것을 보면

신이 났었다.

아버님은 차례를 지내는 추석날 아침에도 가게 문을 열어 놓으셨고

양초나 향 그리고 정종이나 차례에 필요한 오징어 한지 등 급하게 필요한 용품들과 선물세트들을

파셨다. 차례를 지내고 나면 뒷 처리는 여자들이 하고 아버지는 가게로 나가셔서 추석날 장사를

날이 저물도록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어른들은 추석 대목이라고 하시면서 톡톡히 대목의 맛을 보았는데

요즘은 그 역할을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이 하면서 재미를 다 보는 것 같고 동네 수퍼마켓이나 가게는

한가한 것 같아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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