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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여름 생일

 

 

 

 

한 여름 자식을 낳은 어머니의 산고는 무척 크셨으리라 생각한다.

만삭의 무거운 몸으로 생업에 몰두하시다가

드디어 출산을 하게되고

산후 조리 과정 중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는 복중에

찬바람도 쏘이지 못하게 하고 목욕도 함부로 못하신다.

그렇게 어머니께 크나 큰 산고를 안겨드리며 뜨거운 여름날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아이가 바로 나다.

그런데 묘하게도 아내 역시 나와 같은 달에 태어났으니 장모님 역시 많이 힘드셨으리라

어머님과 장모님은 이 계절에 태어난 자식을 생각하면 그 때 산후조리 하셨던 힘든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셨을 것이다.

 

그리고 큰 아들 태호도 한 여름에 태어났다.

아내의 출산을 계속 옆에서 지켜보아 주지 못하고

직장에 나가서 근무를 하다가 태호의 분만소식을 듣고

다급하게 직장상사에게 가서 외출을 하겠다고 하였다.

직장의 상사는 나이가 많으신 과장이셨는데 내게 하시는 말씀....

아기를 아내가 낳는데 자네가 왜 배에 힘주는가..

아들 놨으면 됐지 더 일하다가 나가.. 참 야속했다.

농담이셨겠지만 난 마음이 급하고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내 처지를 한탄하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뒤 늦게 달려갔다.

정말 더운 날이었다.

수고 많았다고 이야기 했다. 어머니는 건강한 첫 손자를 낳은 며느리에게

고맙고 대견해 하시는 표정을 지으시고 계셨다.

아내는 연신 땀을 흘렸다.  산후조리에 들어가서 더운 방에서  뜨거운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고충도

컸다. 그렇게 낳아서 기른 큰 아들은 지금 건장하게 잘 컸다.

막내 용호는 가을에 태어났지만 아내와 나와 큰아들은 모두 여름 생일이다.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가니 형제들은 서로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 주고 있다.

나도 여름 생일, 아내도 여름 생일, 아들도 여름 생일...

그리고 누나도, 제수씨도 여름 생일.. 집안에 모두 다섯이나 된다.

그래서 7월 8월이 되면 집안에는 서로 생일 찾아 주느라 바쁘다.

 

여름 생일을 가진 가족들이 여름의 활기를 품어서 항상 건강하기 바란다.

 

오늘 아내의 생일

갑자기 장모님과 태호가 생각이 나면서

아내에게 깊은 고마움과 따뜻한 나의 사랑을 전하게 된다.

행복하고 건강한 생일을 축하하며 Happy Birthday, my lovely J.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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