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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소중한 것들

내게는 소중한 것들이 많다

 

작년 이맘 때,

아버님은 중병에 시달리기 시작하시어

끝내 돌아가셨다.

이 계절이 되니 아버님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아버님께서 작년 8월 돌아가시기 전,

내게 주신 가첩과 책이 있다.

 

이 가첩은 아버님께서 직접 쓰시고, 만드신 것으로 작은 책 안에 많은 내용이 빼곡하게 기술되어 있다.

동전 100원짜리와 비교해 보면 길이가 10센티도 안된다. 

 

 

표지를 열고 안에 접은 페이지를 펼치면 가로 세로로 네 번 접어서 표지의 16배 크기로 커진다.

맨 끝에는 사랑하는 손자이며 당신께서 작명을 해 주신 큰손자 태호와 작은손자 용호까지

가계도(족보) 기록이 되어 있다. 물론 큰 책으로 창원황씨 족보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 가족을 중심으로

압축하여 별도로 제작하신 하나 밖에 없는 가첩이라고 할 수 있어 내게는 소중한 것이다.

 

 

 

작년 8월에 고향에 갔을 때 아버님은

장롱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시어 내게 건네시면서

'이 책이 오래된 책인데 이걸 네가 가지고 있거라' 하셨다. 

 

책의 크기는 B5사이즈보다 약간 작다.

 

 

34 / 35쪽의 내용은 가만히 읽어 보면 내용을 알 수 있다.

 

 

명치 44년에 초판인쇄라면 1911년도를 말한다.

 

 

 

명치 1년 : 1868년

대정 1년 : 1912년

소화 1년 : 1925년

평성 1년 : 1989년


위를 기준으로 하여 계산한다. 원래는 1년이라 하지 않고 원년이라 하는데

편의상 1년이라고도 한다.

명치 44년이면 1868년 + 43 = 1911년을 말한다.



명치, 대정, 소화, 평성은 모두 일본 왕들의 연호이다.


명치(明治 : 메이지)는 일본 왕 목인(睦仁 : 무쓰히토)의 연호인데

목인이 1868년 즉위하여 명치라는 연호를 썼으므로 그가 다스리던 시대를

명치시대(메이지시대)라고 한다.

즉 1868년이 명치 원년이고 명치 연호는 1911년에 끝난다.


명치가 죽고 나서 그의 아들인 가인(嘉仁 : 요시히토)이 1912년 즉위하여

대정(大正 : 다이죠)을 연호로 해서 대정시대가 시작된다.

그런데 대정은 심각한 정신병이 있어서 갖가지 추태를 부렸다 한다.

그 증세가 너무 심각해서

일본은 차라리 천황제를 폐지하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신병은 유전병이다)


대정이 너무 추잡한 꼴을 보이므로 1925년에 대정을 왕위에서 끌어 내리고

대정의 아들 유인(裕仁 : 히로히토)을 즉위시켰으니

유인의 연호가 소화(昭和 : 쇼와)이다.

이 소화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다.


소화는 1989년 죽고 그해에 그 아들 명인(明仁 : 메이히토)이 즉위해서

평성(平成 : 헤이세이)을 연호로 했으므로 지금 일본의 연호는 평성이다.


명치(明治, 1868 ∼ 1912년) - 44년간

대정(大正, 1912 ∼ 1926년) - 14년간

소화(昭和, 1926 ∼ 1989년) - 63년간

평성(平成, 1989. 1. 7 ∼현재) - 19년간

 

 

 

50환 동전 지금의 100짜리 동전 크기보다 약간 작다.

 

 

단기 4294년 찍어 낸 동전을 아버님은 보관하고 계셨다.

단기 4294년을 서기로 환산하려면 4294년 - 2333년 하면 1961년이 된다.

내가 만 6살때 만든 동전으로 남이섬에서 서울로 갓 이사왔을 때 쓰이던 동전이다.

 

 

내년 2009년 2월이 되면 소위 임관 30주년을 맞이한다.

30년 전 호랑이 마크를 넣어서 24K 금 석돈과 추만옥으로 만든 102 ROTC 17기 기념반지이다.

육사는 빨강색, 삼사는 파란색 알을 넣어 만들었다.

당시에도 내 손이 컸었고 반지 사이즈도 컸는데 지금은 살이 쪄서 새끼 손가락에만 낄 수 있다.

30년 동안 잘 간직해 왔다.

 

 

세월은 가도 변치않는 내 군번 79-02680 와 마찬가지로 

금은 변하지 않는다.

 

 

아내가 며칠 전 그린 연꽃 그림

연꽃을 보자면 염화시중의 미소가 생각나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생각하면 아내와 내가 만난 것은

전생의 깊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소중한 아내이기에 아내가 그린 그림 역시 소중하다.

  

 

큰 아들 태호가 생일날 대전에서 올라와 가족이 모처럼 함께 모인 날

마침 때 맞춰서 꽃대에서 네 송이 향기로운 꽃을 피운 난초는 

우리 네 가족의 행복과 화목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서 더욱 소중하게 생각된다.  

오래도록 피어 향기를 발하였으면 좋겠다.

 

소중한 것은

오래된 것도 있고

작지만 의미를 가지고 있거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들어 있는 기념할 만한 물건,

내가 아끼는 물건은 모두 소중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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