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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야기

쑥대머리 친구들

50대 중년의 친구들이라지만

만나서 술 한잔 걸치고

 

먹고 사는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부모 이야기,

세상살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면

다양한 직업적인 개성이 난무한다.

 

점잖은 공자님 말씀만 하는 모범생 친구

예술가의 끼를 발하는 친구

번뜩이는 비즈니스 감각을 드러내는 친구

우직하게 자기 길을 걷고 있는 고집스런 친구

이 친구 저 친구 좋은 점 나쁜 점 떠올려 주면서 충고하는 친구

 

술을 먹다보면 까마득한 학창시절 분위기로 돌아가기도 하고

남자들만 화제를 삼는 끼리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갑자기 분위기가 산만해지면서 톡톡 튀는 입담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친구는 항상 있다.

 

'쑥 대 ~ 머 리~~~'

이 판소리 중 한 귀절이

갑자기 현대판 중년들을 옛 선비들의 풍류 한 마당으로 변화시켰다.

 

친구 고무곤의 걸찍한 음색으로 제대로 장단이 들어간

'쑥 대 ~머 리~~~' 한 가락에

모두가 갑자기 선비들이나 된 양,

나름대로의 음색과 장단으로 원조 고무곤 가락을 한 번씩 따라하기 시작한다.

 

'쑥 대 머리~~~~~~~'하는 친구

'쑥대머 리~~~~~~'하는 친구

'쑥  대 머리~~~~~'하는 친구

'쑥대 머리~~~~'하는 친구

 

고무곤은 아냐 아냐 그게 아니고

 

'쑥 대 ~ 머 리~~~'하고 다시 불러 교정을 해 준다.

 

확실히 고무곤의 음색과 장단이 가장 원조에 가깝게 들렸다.

춘향가의 옥중가 중에서 춘향이가 이도령을 기다리며 쑥대머리 헝크러진 산발로

칼을 쓴 채 정든 임을 그리며 부르는 판소리 한 대목을 임방울 선생이 잘 불렀는데

바로 그 목소리에 가장 가깝게 부르는 친구가 바로 고무곤이다.

 

임성운 김태우 황득수 이재하의 장단과 음색은 조금씩 원류를 벗어났는데

막걸리를 앞에 놓고

막 나가던 고교시절 추억에 젖어서

마치 장기자랑 하듯이 쑥대머리 친구들이 각자 나름대로

쑥대머리 장단을 해 보았다.  

 

생긴 것, 하는 일, 목소리는 서로 다르지만

'쑥 대 ~ 머 리~~~'의 원조 장단과 음색을 따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다.

 

가요는 제 개성대로 부르고 멋을 살리면 그만이지만

사업은 제 취향대로 여건대로 일궈가면 그만이지만

목소리는 제 각각 부모가 물려준 그 목소리이지만

 

춘향가에 나오는 옥중가 중 '쑥대머리'는 역시

그 음색과 장단이 들어가야 듣는 이에게 애절한 감흥을 줄 수 있다.

 

'쑥 대 ~ 머 리~~~'와

'��������  씨스뿌마, 배재학 땅 씨스뿌마~~~'는

역시 변치않고 그렇게 불러주어야 제 맛이 난다.

쑥대머리 친구들로 돌아갈 수 있음을 서로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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