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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이야기

황당 사례 2

 

황당한 사례 2 - 한여름 밤의 꿈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황당한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큰 수출계약서에 날인까지 해 놓고 첫 오더부터 진행하지 못한 경우가 생겼다.


2006년, 중국의 000회사의 inquiry를 받고 그들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어렵사리

충족시켰고 두 번씩이나 현지 출장을 다녀오면서 큰 수출계약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계약서에 날인을 하였다.

그러나 첫 오더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중국의 수입업체가 계약대로 1차 주문을 하면서 선금을 송금하기로 한 00000달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이어는 송금을 하려고 하는데 은행의 외환담당관계자가

큰 금액의 외화를 송금하는 대가로 000달러를 요구하니

나에게 이 돈을 ####계좌로 보내주면 좋겠다는 황당한 요구가 있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간단하게 회신을 하였다.

여태까지 여러 국가에 수출을 하였지만 당신처럼 이런 요구는 없었고 불합리한 요구이므로 응할 수 없다고 답장을 보냈다.

바이어는 이곳 현지은행담당자의 협조가 없이는 큰 금액을 송금하기 어려우니

꼭 협조를 해달라고 내게 매달렸다.


나는 답장을 썼다.

나로서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은,

꼭 필요한 사항이면 너희들 회사에서 은행담당자에게 요구하는 커미션을 우선 지급하라.

그리고 너희들로부터 제품 대금 선수금 입금이 되면 내가 너희들에게 다시 그 돈을 보내주겠다.

아니면, 너희 회사에서 먼저 지출한 커미션을 공제하고 나머지 차액만 내게 보내주어도 좋다.

 

나의 이러한 제안에 대하여 수입자는 자기네 회사에서는 지불하기가 곤란하니

내가 꼭 보내주면 좋겠다고 계속 고집을 피워서 내게 의심을 사기 시작하였고

결국 계약서 날인하고 첫 주문도 진행하지 못한 경우가 되었다.


그들은 완전한 사기행각을 벌여서 그런 식으로 수백 달러씩 돈만 챙기는

국제 사기꾼 조직임에 틀림이 없다고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수법은 매우 정교하여 아무도 의심하지 않도록 한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상대가 의심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첫째가 그들이 거래하고자 하는 아이템은 전문 기술제품이다.

아이템이 기술제품으로서 기술적인 토론을 거쳐야하는 품목을 선택하여 수출자가 추호도

이들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지 못하도록 아이템을 선정한 점이다.

제품의 용도도 구체적이고, 규격도 다양하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리고 생산되지 않는 규격을 들먹이며 자기들과 궁극적으로 거래하고자 한다면

6개월 이내에 필히 특정 규격을 제조 공급해 달라고 다짐을 받는다.


둘째는 독점대리점 부여를 요구한다.

자기들이 대량으로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도 하고 자체 사용도 하는 만큼 지역 독점 대리점

권한을 부여하여 달라고 요구한다. 매우 이 사업에 매력을 가지고 크게 마케팅을 전개하고자 회사 임직원 모두가 열정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셋째는 거래가격 및 결제조건이다.

큰 규모의 연간계약으로 진행하는 거래답게 가격을 최대한 깎아달라고 요청한다.

거래 물량이 크고 연간 계약거래 조건이므로 한국 측에서는

가격을 원하는 수준까지 양보할 수 있었다.

대신 수입회사의 규모가 크고 재정적인 뒷받침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므로

결제조건을 나에게 보다 유리하도록 제안을 하였고 그들은 이를 수용했다.

즉 가격은 다른 지역가격보다 약 10% D.C해 주고

대신 결제조건은 주문과 동시에 T/T 선불 40%,

선적 직후, B/L 사본을 제시하면 50% T/T 송금,

화물이 현지에 도착하고 나면 나머지 10% T/T 송금해 달라는 조건으로 확정하였다.


넷째는 협상의 스킬과 연출이다.

큰 거래답게 중국의 BUYER 회의실에는

사장, 부사장, 재무담당이사, 무역담당부장, 무역담당 과장, 무역담당 사원 등 6명이

협상테이블에 앉고, 호텔로부터 PICK UP 시 외제 자가용에 전문 운전기사를 붙여서

정중하게 회사로 초대한다. 격식을 갖추어서 방문자인 우리들에게 예를 표하고 매우

진지하고 긴장한 자세로 협상에 임함으로써 실제적인 비즈니스 협상분위기를 연출하며

위 세 가지 조건을 반드시 들어주어야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명확히 한다.

만약 위 조건들이 부합되지 않으면 계약하지 말라고 사장은 강하게 지시하고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나서 무역담당부장은 자기 얼굴과 체면을 봐서라도 조건을

수락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그 정도 분위기면 수출자로서는 의심은커녕 어떡해서든지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게 된다. 바이어는 요구 조건 중 내가 확답을 주지 못한 거래조건을 들먹이며 이래서는 본 거래계약을 체결하기 곤란하다는 발언을 하면서 첫 방문에서 보기 좋게

수출자에게 퇴짜를 놓아서 돌아가게 만들었다.


buyer는 내게 '00조건만 수락해 주면 즉시 계약서에 서명날인하고

거래를 즉시 시작할 수 있으니 돌아가서 제조업체와 잘 협의해서 자기들 요구를 들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라'고 하며 공항에서 배웅을 해 주었다.


다섯째는 극적인 쇼맨십을 보인다.

두 번째 출장에서는 바이어가 요구한 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와 합의를

보았고 그에 따라서 이미 계약서 초안도 만들어서 중국 바이어측에 미리 보내놓았다.

중국에 가면 서로 기분 좋게 계약서 날인을 하고,

좋은 곳에 구경 가고 맛있는 것 먹고

더욱 가깝게 지내면서 인간적인 신뢰를 쌓으면 된다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장을 갔다.

바이어도 서로 접근이 되어 매우 기쁘다고 하면서 기분 좋게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서로 굳게 악수를 하면서 이제부터 서로는 영원한 파트너가 되었다고 의미심장하게

자축을 하였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나서,

여기 저기 관광을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도 제공하여 주고,

친절하게 대하면서 장기 파트너로서 우정의 관계를 돈독히 갖자고 했다.

가을엔 나의 아내도 데려오면 소림사 관광도 시켜줄 수 있다고 내게 희망을 심어주면서

무역 담당자는 내게 당신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인다.

이 환대에 대하여 나는 정말 고맙다고 생각했다.

첫 수출이 이루어지면 당신과 담당여직원에게 큰 선물을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당신네 회사 사장과 함께 한국에 방문해 달라.

내가 성심껏 좋은 곳 관광도 시켜주고,

좋은 음식 좋은 선물을 제공하겠다고 응답을 하였다.

수입담당자는 매우 기대가 된다면서 고마워했다.

모든 것이 이상 없이 진행될 것으로 믿도록 만들었다.


위와 같이 두 달여 동안 바이어와 같이 상담하고 토론하고

같이 고민하면서 어렵사리 수출계약을 성사시키고 계약서 사인까지 해 놓고

갑자기 첫 오더부터 어긋난 흔치 않은 경우로서 사기극에 내가 휘말릴 뻔

한 황당 사례이다.

큰 경험을 한 2006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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