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이야기

황당한 사례 1

 

황당한 사례 1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2008년 봄,

정기적으로 인도에서 수입을 해 오던 화학아이템,

나의 파트너는 여느 때와 같이 수입 L/C를 열었다.

 

수입 L/C를 열고.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출국가의 공급업체에서

주문한 제품을 제조하여 선박에 싣고 수입업체에게 언제 어떤 선박에 어떤 제품을 실었다고

안내를 해 준다.

이것을 SHIPPING NOTICE(선적통지)라고 한다.


보통의 경우 발주를 하고나면 2주에서 4주 이내에 웬만한 제품은 선적을 하게 된다.

이를 납기(Delivery, leadtime 발주로부터 배송까지 소요시간)라고 하며

수출계약을 하기 전에 이미 상호 결정을 하는 조건이며 거래요소이다.

 

이 기간을 감안하고

수출국가의 선적항구로부터 수입국의 항구까지 항해일수를 더하고

수입통관, 국내 운송 등의 소요기간을 감안하여

사전에 필요한 제품을 발주를 하게 된다.

따라서 수입판매에 있어서 제품의 재고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면 자금이 오랜 기간 묶여있는 것을 피하고자 매우 tight하게 일정관리를 하고 

주문을 한다.

더욱이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과다한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재고는 곧 돈을 묶어 두는 셈이고,

재고를 쌓아 놓게 되면 창고비가 발생하고

창고의 여유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며,

그리고 만에 하나 장기 보관으로 품질의 변화가 생긴다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리되면 과다재고 보유로 동시에 네 가지 손실을 입는 꼴이 된다.


따라서 수입과 수출조건에서 특히 납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개 선적예정일보다 1주일 정도 지연이 되거나 당겨져서 선적이 이루어질 때에는

상대에게 이를 신속하게 알려준다.

파업에 의한 선적 지연, 태풍에 의한 선적 지연, 기타 사유로 선적의 변경이 생김을

사전에 배경설명과 함께 수입자에게 통보를 해 주며 이해를 구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리하면 수입자는 변경된 선적 스케줄을 감안하여 고객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얻거나

별도의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사정이 급할 경우에는

국내의 다른 업체에서 일부 구입하여 납품을 하던가,

제품의 공백기간 동안 고객이 직접 다른 곳에서 구매하여 사용하도록 안내를 해준다든가,

여건이 허락하면 납품시기를 좀 늦춘다든가 대책을 강구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에 대한 사전 통보가 없으면

수입자는 당연히 수출자가 납기를 이행해 줄 것으로 믿고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최근 인도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입하는 화학원료의 L/C를 열고나서

평소보다 60일이나 지연된 사례가 있었다.

 

발주 후 약 3주 이내에 선적이 되었던 제품인데 웬일인지 3주가 지났는데

인도로부터 선적예정통지가 없어서 연락을 취하였으나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매일 email을 보내었는데

역시 회신이 없어서 아하 무슨 문제가 크게 생겼나보다 하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국제전화를 했는데 사장이 출장 중이라고 하였고 실무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었다.

 

혹시 부도가 났나?

혹시 제품을 생산했는데 불량품이 나서 다시 만들고 있나?

혹시 공장에 화재가 생겨서 당분간 생산을 하지 못하게 되었나?

혹시 홍수가 나서 공장이 물에 잠겨서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나?

혹시 자금이 어려워져서 원료구입을 못해 생산을 못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사장이 장기 해외 출장이 생겨서 외유 중이고 사장이 없다보니 우왕좌왕하면서

생산스케줄이 뒤엉켰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마음이 점점 불안해 진다.

 

아무 곳에서나 같은 값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렵사리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적합한 공급업체를 찾아 거래를 지속해 왔는데...

다시 유사한 공급처를 찾으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고 샘플테스트도 해야 하고...

그러나 저러나 우선당장 내 파트너의 영업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는 답답한 상황을

풀길이 없어 너무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국내에서 동일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업체 중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모 거래처에 전화를 해 보니

그 업체 역시 인도에서 제품이 선적이 늦어져서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어서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빌려주거나 판매할 것이 없었다.


안 되겠다싶어서 인도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이 상황을 이야기하고 인도의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해서 도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파악해 달라고 하였고 수출업체로 부터 내게 답장이 오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틀 후 기다리던 답장이 왔다.

인도 정부에서 이 아이템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기 시작하여 현재 인도 제조업체엔

비상이 걸렸다고 하면서 무려 십수개의 컨테이너가 부두가 세관에서 수출면허를 획득하지

못하고 묶여있다고 했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갑작스런 인도 정부의 수출통제에 대하여 부당함을 호소하며

제조된 컨테이너를 수출국으로 선적하여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백방으로 조치를 취하느라 사장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이 규제를 풀고 만들어 놓은 컨테이너를 언제 실을 수 있을지 장담을 하기 곤란하다며

그저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원자재 가격은 오를 대로 올랐고 또 지속적으로 오름세이고 

환율도 올라서 수입자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때 아닌 웬 규제며,

수출이 금지되었다는 황당한 인도의 회신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릴 수밖에....

 

규제가 풀리자마자 우리 짐부터 실어달라고 계속 email을 보내면서 사후관리를 계속 하였다.

그러면서 아무 진척도 없이 애타는 45일이 지나고

인도정부에서 재검토하여 본 제품이 비로소 이제  수출 면허를 얻었고

순서대로 선적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존 L/C 상에 명기된 지나간 납기를 수정한 L/C를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다.

즉시 L/C를 AMEND하여 보내주었다. 그로부터 약 15일 후, 그러니까 예정 선적일보다

약 60일이 지연되어 겨우 선적을 하게 된 경우이다. 

약 90일 동안 파트너와 함께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새롭다.


'비즈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당 사례 3 - 선진국의 유혹  (0) 2008.07.24
황당 사례 2  (0) 2008.07.24
오피스텔과 아파트 그리고 공장  (0) 2008.07.22
소리나지 않는 키보드  (0) 2008.07.22
담장 없는 전문직의 영역  (0)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