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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주말단상

토요일의 여유

 

나 홀로 주말의 여유는 평소 생각하지도 못하였었다.

사무실에 나와서 일상업무를 보거나, 밀린 일을 처리하거나 하였다. 

 

때론 산악회 모임의 사전 약속에 따라서 산행을 가거나

또는 약속에 의해서 단체 야유회를 가거나 하였었다.

 

나 혼자서 베낭을 메고 산을 오른다는 생각은

사실 이제껏 한번 해 본적도 없었고

실행에 옮겼던 적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지난 토요일 등산복차림에 모자를 쓰고 베낭을 메고 사무실로 출근을 한 것은

혹시 업무를 일찍 마치고 혼자 푸른 숲을 찾아서 문득 산에 오를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컴퓨터를 열어보니 당장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었다.

한 두 가지 필요한 사항만 처리하고 기대한 대로 가까운 산을 홀로 오르리라 마음 먹었다.

하지만 최근 집중하고 있는 몇가지 일로 머릿 속은 가득하다. 

사무실을 나서면서 김밥 한 줄 사고 생수 한 병 사서 삼청공원 뒷길로 올라 삼선교 쪽으로

걸어내려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친구 이진규로부터 전화가 왔다.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점심 같이 하자는 제안.

난 이러저러한 생각이라고 하자 친구는

그렇다면 북한산 산행을 같이 해도 좋지 않겠냐고

000에서 만나 같이 산을 오르자고 하였다.

나홀로 산행이 아니지만 그렇게 하자고 하여

둘은 만나서 북한산을 올랐다.

친구는 맛있다는 김밥 2줄과 방울토마토 생수를 준비하여

둘이 먹을 수 있도록 가져왔다.

나도 김밥 2줄을 사 가서 서로 나누어 먹었다.

 

 

 

둘은 오르내리면서 비즈니스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최선을 다하는 친구의 모습은 보기가 좋다.

그리고 친구에게 충고해 주는 세심한 배려도 친절하다.

산과 물 나무를 매개로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친구들

서로는 이미 서로의 입장과 마음을 잘 헤아린다.

1시 30분 서로 헤어졌다

 

난 홀로 인사동으로 향하였다.

산을 오르던 중 인사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고교 친구 임성운의 전화를 받았고

소개하고 같이 이야기 하고 싶은 손님이 인사동으로 와 같이 만나니

산에 갔다가 사무실로 들러 주기를 바란다고 해서였다.

 

친구와 친구 손님 그리고 임성운의 사업파트너인 김금화사장 모두 같이 볼 수 있었다.

친구 손님과 인사를 나누고 긴 시간 함께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냉면을 한 그릇씩 먹고 동동주도 같이 먹었다.

인사동에서 흔하게 볼 수 없던 엿장수 공연을 함께 보게 되었다.

 

 

 

 

 

길거리 공연은 항상 자연스럽지 못한 분위기에서 출발한다. 

서로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문화의 벽, 인식의 벽, 마음의 벽이 이미 높게 서 있기에 그러하다. 

 

우스꽝스런 광대모습을 하거나 여자분장을 한 남자 배우와

그들이 특별한 운명을 가진, 특별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예사롭지 못한,

기묘한 인생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평범한 시민들과의 사이에 무언가가 필요했다.

 

가까와 질 수 없는 서로 간의 벽을 초월하게 하는, 그래서 서로 같이 어우러지도록 만들어 주는

특별한 매개나 계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맛있는 호박엿과

그들의 구슬프고 장난기 서린 노래, 기가 막히게 신이 나는 멋진 장단, 추임새, 

동정을 자아내게 하는 표정, 그러면서도 전문가답게 끼를 드러내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시민들은 흥과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노력에 경이로움과 새삼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의 다른 한 부분을 책임지고 구성해 가는 일원임을

공감하는 한 마당에 서 있음을 인정하고 색다른 경험으로 생각한다.

 

마음이 맑고 순수한 사람일수록 그들과 빨리 동화된다.

이들의 장고소리 간드러진 노랫가락을 한낱 시끄러운 소음으로 생각하거나

그들의 모습을 지저분하고 정숙하지 못한 몹쓸 어른들이라고 쳐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지나 가던 외국인도 발걸음을 멈추고 매우 신기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박수도 보내기 시작한다.

수 많은 인파에 둘러 쌓여 마치 한을 토해 내기라도 하듯이 광대배우의 신들린 듯한

흥에 겨워 주체할 수 없는 기운에 차츰 시민들도 동화되어 감을 느끼며...

 

인사동에 각설이 타령이나 엿장수 타령을 공연할 수 있는 고정 무대를 마련하여 주어

오가는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적인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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