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이야기

어머니와 진중리 누나네 주말농장

 

어머님과 진중 2리 누나네 주말농장


아버님 입원기간 동안 서울에 와 계신 어머님은 마음고생이 심하시다.

산청에서 항상 맑은 공기에 푸르른 하늘과 아름다운 전원 속에서 생활하셨는데

갑자기 긴 기간동안 서울에서 지내게 되시고 아버님 병환이 빨리 낫지 않아서

속도 상하시고 걱정도 크신 것을 자식들은 잘 안다.


어머님은 아버님 병문안을 가셨다가 돌아오는 길에, 항상 말씀하시길

‘이번 기회에 저 양반이 고마 더 아파서 고생하지 말고 돌아가시면 딱 좋겠는데...

우짜면 좋을꼬..‘하시면서 눈물을 지으신다.

자식들이 위로를 드리면서

‘걱정하지마세요 어째든 조금씩 나아가고 계시니까 마음 푹 놓으시고 어머니라도

잘 잡수시고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하면

어머님은 다시 희망을 가져보아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래 저 병이 낫기는 나을 병인가?

하도 느그 아버지가 아프고 힘들어 하니까 저 고생을 해야 되나 고마 안쓰러워 안 그렇나.‘

‘어쩔 수가 없지요. 의사가 하자는 대로 치료를 잘 끝내야 되니까 병원을 믿고 기다리세요.’


아버님은 항상 우리가 병문안을 가면 하시는 말씀이 있다.

처음에 몇 번 말씀하시다가 그만 두시겠지 하였는데 입원기간이 계속 길어지고

치료비는 점점 많아지고, 아버님 스스로도 자식들과 친 인척 보기에도 미안하시고,

주 3회 하는 투석의 고통과 하루 두 번씩 고름을 짜 내는 고통을 생각하시고는

당신의 병이 결코 낫지 않을 병이라고 생각이 드셨는지 이참에 삶을 마감하시고 싶다고

집요하게 반복을 하셔서 어머니와 자식들이 마음이 아프고 속이 몹시 상하곤 한다.

큰 돌멩이나, 칼이나, 질긴 줄이 옆에 있다면 즉시 자해를 하실 것처럼 말씀하신다.

아버님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고는, 자식들과 어머니를 불러 놓고

‘모두 들어봐. 내가 여든 셋이야. 살만큼 살았다. 낫지도 않는 병 고칠라 애쓰지 말고

고마 퇴원하자. 퇴원해서 산청으로 내려가서 한 이삼일 땃땃한 데 누워서 편안히 쉬다가

저세상으로 가고 싶다.‘고 하신다.

아버님이 겪고 계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로 하기가 힘든다.

얼마나 고통이 참기 힘드시면 고름을 짜 내는 의사에게 고함을 치시기도 하고

의사를 때리기도 하신다.

참을성이 좋으시고 점잖은 분이시지만 장기적으로 잘 회복이 되지 않는 염증이라

고름이 계속 생기고 생긴 고름을 수시로 제거하기 위해서 살을 찢는 듯한 고통을 동반한

고름 짜내기를 할 때는 아버님은 ‘간병인 아줌마 차라리 내 입에 수건을 얼른 틀어막으시요. 아이고 아프다..’ 하시면서 거의 울부짖으신다.

고통이 얼마나 심할까 생각하면 아버님의 언행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내가 같은 병으로 아버님과 처지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 된다.


어머님은 남편의 안타까운 처지와 당신 스스로 겪고 계신 고통을 속으로 감내하시느라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병문안이 끝나고 나면 우울한 마음을 진정시켜 드리고자 환경을 바꾸어 드리기 위해서 맑은 공기와 전원을 볼 수 있는 야외로 자주 모시고 나간다.

남이섬도 가고 팔당댐 근처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음식점도 갔고 누나네 주말농장에 가서

밭작물도 같이 수확하고 청계천에도 모시고 갔다. 맛있는 칼국수집, 갈비탕집, 아구찜집,

설렁탕집, 두부집,... 그 동안 가까이 모시지 못했던 어머님을 이 기회에 자식들은 극진히 모실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아버님 병문안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가 뵙고 소식도 전해 드리고 위로와 격려도 해 드리고 먹을 것도 챙겨드리고 있다. 이 기회에 자식들은 못다 한 효도를 다하며 서로 짙은 형제애와 가족애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머님은 병문안이 끝나고 누나네 주말농장에 들러서 같이 잡초도 뽑고 다 자란 고구마 줄기나 상추, 치커리, 파를 거두어서 서로 다듬고 나누고 하는 것을 보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구 이리 멀리 있는 손바닥만한 밭떼기에 얼마나 키워 먹을끼라고 이것저것 심어놓고

차 기름 써 가면서 왔다갔다하네... 참 말도 아이다. 기름 값 생각하면 장에 가서 사서 먹고 싶을 때 사서 먹는 기 훨씬 싸겠다. 고마 이런 것 뭐하로 하노?‘ 하신다.

하기사 농촌에서 밭작물들을 전문적으로 해 오신 어머님이 보시기에는 비효율적이고 공연히 고생만 사서 하는 한심한 장난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당연하다.

누나는 대답하기를

‘엄마는, 이건 재미로 하는 거예요. 일부로도 야외에 차 몰고 놀러 다니는데 이렇게 키워 놓으면 집으로 돌아갈 땐 뭐라도 차에 싣고 오잖아요... 기름값 인건비 생각하면 이거 못해요... 그리고 비료 안주고 키우는 웰빙 채소라서 먹으면 가족들 건강에 좋고, 일해서 좋고, 키우고 거두는 재미도 있고 일석 삼조예요..’

그래도 어머니는

‘아이고 참 내 너그가 좋아서 한다는 일인께 좋다마는,

내사 마 참 쓸데없는 일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땡볕에 힘들구로 뭐한다꼬 고생을 해..

고마 시장에서 사 묵지’ 하면서 서로 마주 보면서 하하하 웃기도 한다.


어머님은 지금 동두천 동생네 기거하신다.

그리고는 주말에 누나네와 우리집에 오셔서 지내시고

평일에는 모두 직장을 나가는 큰아들네와 딸네 집에서는 혼자 계시지 못하여

막내아들 집에 가 계신다.

어려운 가운데 지혜가 생긴다고 하였나,

동생네에겐 형으로서 미안한 일이지만 그나마 이렇게 모시고 지낼 수 있음을

서로는 서로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님 장례식 조문객들에 대한 감사  (0) 2007.11.07
유기농 주말농장의 소중함  (0) 2007.10.22
감사하는 마음  (0) 2007.09.14
어머님과 함께 찾은 남이섬  (0) 2007.09.10
장모님 우리 장모님  (0) 200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