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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어제와 오늘 아침

오늘은 토요일

아침 5시 15분

열어 놓은 창문으로

새벽매미들의 합창이 요란하고

바람이 살살 불어 들어와서 나를 깨운 것이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잠이 든 날은 어김없이 5시 30분을 전후하여 잠을 깨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어제는 금요일

대개 금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친구로터 전화를 받게 된다.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소주 한잔 어떠한가 하는 전화를 받게 된다.

내가 술을 좋아하고 어울려서 이야기 하는 것도 즐기는 것을 알기에

술 생각이 나면 부담없이 내게 전화하는 친구들이 제법 된다.

내가 친구의 제안을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이 좀 여린 편에 속하기도 하고

어느 땐 내가 술이 한잔 하고 싶기도 하기에 거의 금요일은 술을 마시게 된다.

어떤 날은 집에 일찍 들어가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전화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무너지고 마는 적이 많다.

아내가 그런 나에게 몸도 생각하고 비용도 생각해서 술 먹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최근 강조도 하였고 나도 스스로 요즘은 술을 좀 줄이기 위해서 마음을 굳게 먹고

전화를 걸어 온 친구들에게 조금 바쁜 척도 하고 다음에 할까 하면서 말을 돌리기도 한다.

 

어제도 먼저 전화를 걸어 온 관세사 친구에게 조금 바쁜 척을 하였다.

내가 베트남 출장갔다와서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서 좀 바쁘네..

다음에 한 잔 할까? 하면서 미루었다.

 

그런데 마포 공덕동에서 사무실을 내어 무역을 하고 있는 친한 대학동기생이

내 사무실에 들리겠다고 전화를 주었고 5시 경에 내 사무실을 오랜만에 찾아 주었다.

친구와 만난지 오래되었고 예전에 같이 소주잔을 어지간히 부딪친 친구인데

요즘은 거의 술을 먹지 못하는 건강상태이라서 같이 마신 기억이 오래 전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내가 물었다. 

친구야 근처에 족발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소주한잔 하고 들어갈까? 이번에 내가 제안을 하였다.

친구는 모처럼 만났으니 자기는 사이다 마시고 넌 소주 조금 마시면 되겠다고 하여

낙원동 뒷골목 장군족발집으로 갔다.

 

장군 족발집은 오래된 집인데 족발 맛도 있고 값도 비싸지 않다

내가 사는 한신코아빌라 관리소장이 자기 고향 친구가 하는 족발집 맛있으니 꼭 가보라고

소개받은 적이 있어서 기억을 하여 한 번 가 보았는데 역시 맛이 있었다.

그 후 관리소장은 다른 곳으로 가 버렸고 소식이 끊어진 지가 8개월이 되어간다. 

어제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친구에게 이 집을 알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마침 관리소장이 혼자 친구가게에 퇴근길에 들러서 소주한잔 하려고 왔다가

나와 마주치게 되었다. 인연이 깊은 모양이다. 자주 오지는 않았다고 하던데 

어제 모처럼 만나게 된 것이다.

소주 한 병과 족발을 먹고 친구와 헤어져 집에 도착하니 9시 50분

VJ 특공대를 다 보고 SBS 놀러와를 거의 다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약 11시 50분).

 

일찍 깬 아침엔 밥 생각은 없다.

자고있는 식구를 두고 난 커피우유를 한 잔 타서 마신다.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버스 정거장으로 간다(집에서 5분).

손님 하나 없는 버스에 올라 책을 편다.

30분 정도 앉아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버스는 창경원 앞을 지난다.

창경원 모퉁이를 돌아서 안국동 쪽으로 버스가 회전을 하면 창경원 담 옆에 벤치에

노숙자가 벌써 일어나 앉아서 신문을 뒤적이고 있고 조금 지나서 종묘와 창경원을 잇는

구름다리 밑을 지나서 창덕궁 문이 가까와 지고 작은 공원에 노숙자 두 세명과

일찍 운동 나온 주민들이 보인다.

 

창덕궁 앞에서 버스를 내려 현대그룹 사옥을 지나서

안국동로터리로 걸어가면서 종로김밥집에 들러서 김밥 한줄을 산다.

지하도를 건너서 운형궁 담을 끼고 낙원동 사무실로 걷는 중간에 단골 노숙자

두 명을 만난다. 때론 깨어 있지만 오늘 같이 이른 새벽엔 아직 웅크리며 잠을 자고 있다.

날씨가 다행이 다뜻하여 마음이 놓인다. 쌀쌀한 가을 겨울에는 그들이 걱정도 된다.

사무실 열고 창문을 열고 인왕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어제와 오늘 아침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김밥을 먹었다.

 

이제 뜨거운 커피 한잔 끓여 마시고 담배 한대 피우러 오피스텔 1층으로 내려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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