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
인간이 달을 언제든 올려다 볼 수는 있지만
항상 보이는 면만 볼 수 있지
달의 뒤편은 영원히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법칙으로 달의 뒤편은
인간이 보지 못하며 신비스러운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한 복판에서 ‘달의 뒤편’으로 갈 수가 있다.
내가 ‘달의 뒤편’에 가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아끼는 절친한 후배가 설 선물을 준비하여 찾아 왔던
2월 12일 저녁
모처럼 찾아 온 후배와 따뜻한 곳에서 맛있는 대포 한 잔 하려고
종로 뒷골목을 찾았다.
YMCA 옆 민들레 영토 골목으로 들어서면
골목 좌우로 수많은 주점이 있지만
어디가 맛있는 안주와 음식을 잘 하는 집인지 알 수는 없었다.
마침 골목에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계란을 각 식당에 날라다 주는
계란 장수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골목 통에서 맛있고 가 볼만한 주점이 어떤 집인지
소개 좀 해 주세요.”
아저씨 말씀이 ‘요 골목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안쪽으로 “‘달의 뒤편’이 있는데 그 집이 제일 장사가 잘 되고
손님이 많이 가던데 '달의 뒤편'에 한 번 가 보세요.“
해서 찾아가게 된 ‘달의 뒤편’이었다.
‘ㅁ’ 자로 된 크지않고 화려하지 않은 식당인데 마당 한 가운데는
여름날 시원하게 바깥바람을 쐬면서 달과 별을 쳐다보면서
대포를 마실 수 있도록 통나무 원형테이블과 통나무의자를
배치해 놓았고
대문 입구 쪽에는 좌우로 방을 들여 놓아서
단체 손님들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고 건너편엔
통 유리창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든 ‘ㄱ’자 홀이 있고
그 홀에는 통나무로 깎아 만든 사각 테이블과 사각 통나무 의자가 놓여있다.
각 테이블 위엔
지름이 7CM 정도로 큰 양초가 불빛을 발하고 있다.
그 양초불은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면 그 연기도 태워주고
천정에 달려 희미하게 식탁을 밝히고 있는 조그만
약한 전구 불빛을 보완해 주는 역할과 실내 분위기를 좀 더
차분하고 정감 있게 만들어 주는
소품으로서 그 기능이 다양해 보인다.
물론 담뱃불을 양촛불에 댕겨 붙여도 되고
손이 시리면 촛불 가에 두 손을 모아서 쬐면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벽에는 선풍기처럼 생긴 회전식 온열기가
항상 전기만 넣으면
따스함을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달려있다.
주로 즐겨 찾는 손님들은 척 보니 20대 여자 손님이 60%
남자 손님이 30%
그리고 우리처럼 40~50대 남성이 약 10% 정도였다.
물론 여성손님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 같아 보이는 친구도 있고
근처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샐러리맨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서도 옛 추억을 되새기며
주전자에 담아내어 나오는 막걸리나 동동주와
제대로 만들어서 나오는 고소하고 맛있는 각종 부침개를
안주로 먹고 싶은 세대인 우리들이 찾기에 그만인 곳이다.
‘달의 뒤편’에 가서 먹어 본 동동주와 모듬전,
김치전, 두부김치, 조개탕, 황태구이,
서비스로 내어온 오뎅탕
하나같이 양이 넉넉하고
하나같이 맛이 깔끔하고
하나같이 바로 만들어 내어온 신선함에 손님들은 모두 만족한다.
살얼음이 살살 떠다니는 시원하면서도 톡톡하고 쌉쌀하면서도
달착지근한 진한 동동주는 찹쌀로 빚은 것으로 9000원짜리
‘대’자를 시키면 남자 셋이 나누어 먹으면 딱 알맞은
3리터가 누런 양은 주전자에 묵직하게 담겨 나온다.
물론 6000원을 내면 ‘중’자를 가져다주는데
‘중’자는 뚝배기 독에 2리터가 담겨 나오고 표주박을 함께 준다.
김치전은 칼칼하면서 따끈하면서 매콤하면서 감칠맛과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서 맛이 삼삼하다.
아무래도 김치가 맛있는가 보다.
10000원짜리 얇고 넓고 붉은 김치전이 씹으면 씹을수록 입맛을
살려주는데 그만이다.
모듬전에는 동태전, 호박전, 게맛살 버섯꽂이, 큰 사각 두부부침이
각각 4개씩 나오고 동그랑땡이 초등학생 주먹만 한 것이
한 개가 제공된다.
4명이 사이좋게 나누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모두 신선한 재료로 들기름에 갓 부쳐서 나오므로 뜨끈하고
구수하며 깔끔하다.
물론 대부분 부침개를 양념간장에 살짝 찍어서 먹는데
두부부침과 함께 먹고 싶다고 배추김치를 가져다 달라고 하면
서비스로 신 김치를 두말없이 내어온다.
가격은 15000원 큰 접시에 편평한 대나무 발 위에 한지를 얹고
부침개를 담아내므로 기름이 밑으로 빠지고 위생적이다.
내가 먹어 본 안주 중에 백미는
'두부김치'와 '황태구이'가 단연 돋보였다.
두부를 살짝 뜨거운 물에 데쳐서 타원형 접시 외곽에
따뜻한 두부를 가지런히 배열을 하고
접시 중앙에 소담스럽게 쌓아 놓은 김치돼지고기 볶음은
적당하게 맛이 든 김치를 돼지고기와 함께
고소하게 참기름과 들기름에 볶아 내어
기름진 주황색이 흰 두부와 절묘한 색의 조화 맛의 조화
향기의 조화를 이루어
감칠맛이 가히 환상적이다. 둘이서 동동주 ‘중’자 하나와 두부김치 하나면 충분하다.
연신 먹으면서도 참 맛이 있다 라는 말을 자꾸 하게 된다.
10000원이면 비싸지 않다.
황태구이는 덕장에서 잘 말린 꾸덕꾸덕한 황태포를
쌀뜨물에 오래 불려서
참기름 고추기름 갖은 양념을 가미하여 불에 구어 나오는데
냄새와 부드러운 칼칼하고 고소한 양념이 밴 황태 살코기 맛에
고개를 절로 끄덕거리게 된다.
11000원에 두 마리를 넓게 펴서 구어 내는데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조개탕은 약간의 느끼한 지금까지의 모든 안주의
뒷맛을 완전하게 씻어주면서 속을 확 풀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시원하게 뜨겁고 담백하면서도 조개다신 국물이
진하고 구수한 칼칼한 조개탕 국물은 마무리 안주로 제격이다. 10000원이다.
지금까지 ‘달의 뒤편’에 네 번을 찾아갔는데...
둘이 가서 두부김치와 동동주 ‘중’자를 오붓하게 먹으면 16,000원
세 명이 가서 모듬전과 동동주 ‘대’자를 먹으면 25,000원
넷이 가서 김치전 모듬전 황태구이 동동주 ‘대’자를 먹으면
서비스로 오뎅탕을 내오면서 45,000원
5명의 주당들이 가서 김치전 모듬전 조개탕 동동주 ‘대’자 1개
‘중’자 2개 소주 2병을 먹으면 서비스 오뎅탕이 나오면서
75,000원을 지불하게 된다.
평균하여 보면
일인당 10,000원이면 적당하게 술과 안주를 즐기고 나온다.
달의 뒤편은 YMCA 뒤편에 작은 골목 안에 있어서
지나가면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지만
단골들이 구전으로 전해서 항상 저녁시간에는 북적댄다.
어젠 일요일이었지만 등산을 마치고 비도 주룩 주룩 오고해서
달의 뒤편을 찾았는데 일요일에도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고
손님도 의외로 많았다.
부담 없이 언제든 찾아가서 동동주와 맛깔스런 부침개를 안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천할 만한 주막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