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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이런 저런 일이 다 있지요.


지난 해 어느 날 퇴근 무렵 이었습니다.

4호선 신용산 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서서 가는 중,

노약자 보호석에 앳띤 처녀가 앉아 있었습니다.

한 노인이 탔습니다.

노인은 자리에 앉기 위해 두리번거리시며 노약자 보호석으로 다가왔는데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술을 한 잔 걸치신 노인은 그 앳띤 처녀가

얼른 자리를 양보해 줄 것을 기대하고 그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처녀는 노인을 흘끗 보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실망한 노인은 화가 났습니다.

욕을 섞어서 처녀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하면서 지하철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도 처녀는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가서 "아가씨 일어나서 얼른 자리를 양보하시지요"

라고 하려다가 저도 이 상황이 도무지 혼란스러워서 좀 더 지켜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노인은 또 다가와서 "아니 여태 앉아있네"

하면서 다시 욕을 해 대었습니다.

그러자 마지못해 처녀는 말없이 일어서서 출입문 쪽으로 가서

기둥에 몸을 기대었습니다.


노인은 빈자리에 앉아서 계속 현실을 한탄하듯 꾸짖었습니다.

젊은 것들이 싸xx도 없이...


잠시 후 한 젊은 남자가 그 처녀에게 다가가서

"저 쪽에 가서 앉으시죠" 하며 자기 자리를 양보하였습니다.

처녀는 "아니에요 곧 내려요"라고 사양했다.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머리가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잠시 후 노인은 뭐라뭐라하시면서 내렸습니다.

지하철은 좀 더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서 처녀가 내렸습니다.

나는 처녀의 뒷모습을 잠시 보았습니다.

처녀가 다리를 절면서 플랫홈을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내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그리고 실수를 할 뻔한 내가 떠올랐습니다.


처녀가 장애인임을 모르고 화를 내고 내려 버린 노인은 하루를 몹시

불쾌하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다리가 불편한 처녀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지하철의 어느 날 이었습니다.


좀 더 서로를 이해하는 아니 이해하려고 하는 이웃이기를

지하철을 이용하는 지하철 가족과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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