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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가을을 보내며

언제부턴가

세월이 흐르는 물보다 빠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의 일보다 오래 전의 일을 더 잘 기억하며 내 머리의 기억창고 저장능력이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몸의 근육의 힘도 약해지고

몸의 순발력도 점점 잃어감을 느낍니다.

머리가 거의 반이 희게 변했고

근시였기에 안경을 썼지만 노안이 되니 가까운 것은 잘 못보고 먼 곳은 잘 보입니다.

특별하게 아픈 곳은 없지만 기운이 펄펄나던 그 시절 그 몸은 아닙니다.

술은 예전처럼 주는 대로 따르는 대로 마시지만 역시 회복의 시간은 길어만 갑니다.

귀가 어두워져서 작은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TV를 보며 잘 못 듣는 일이 있습니다.

 

자연이 제게 준 자연의 나이가 들어가고 노쇠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서운하거나 속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럴 것이기에 오히려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눈가에 주름이 얼굴에 세월의 그늘이 늘어가는 일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 속엔 새로운 기운이 생기는 것을 또한 느낍니다.

무어라고 딱 한마디로 표현을 하지 못하지만

분명 점점 강해지는 무엇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명 점점 많아지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예전에 없었던 그 어떤 힘 같은 것이지요.

그것이 신기하게도 자연이 내게 가져다 주는 육체적인 노쇠함을

저지시키고 오히려 멈추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알아내려고 조용하게 생각을 해 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알아내어서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흔히 이야기 하는 경제력이 나아진 것도 없고 갈수록 돈의 구속감을 더 느끼는데도

그 무엇인지 모를 기운이 내게 힘을 주고 있습니다.

하는 일 마다 역시 꼬이고 풀리지 않는 것이 다반사인데

예전처럼 주눅이 들지 않게 하는 무언지 모를 기운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마도 나 보다 일찍 이 해답을 가지고 계신 화우도 계실 것 같습니다.

 2006.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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