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기억은 없지만
식당이나 술집을 가면
내겐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따로국밥을 먹으면서
'할머니 국물맛이 정말 진하네요 참 맛있어요'하며 칭찬을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국물 맛이 나지 않을 땐,
'할머니 지난 번 그 국물 맛이 오늘은 아니네요' 한다
주인 할머니께선 내게 솔직하게 이야기 하신다.
'그래요? 하기사 오늘따라 손님이 좀 많이 왔어요 아침에 준비한 국물이 좀 부족해서
물을 탔더니 그런가봐요 좀 일찍오면 맛있는 국물을 잡술텐데' 하신다
그러면 난,
'하루 딱 파실 량을 다 파시면 죄송해요 국물이 다 떨어져서 팔게 없네요'하시면
얼마나 인기가 올라가는데요' 그렇게 해 보세요
1차 소주먹고 2차로 처음 간 맥주집에 서빙하시는 아주머니의 인상이 일그러져 있었다.
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아주머니 좀 웃으세요, 웃으시면 우리 같이 온 친구들이 얼마나 기분 좋게 술을 마시겠어요'
기왕 장사하시는 건데 좀 덥고 장사가 않되더라도 기분 좋게 웃으며 주문도 받고
술도 갖다 주시면 좋잖아요? 저는 한번 가 보고 괜찮으면 꼭 다시 옵니다. 제가 소개해서
손님을 많이 데려오면 얼마나 좋은일인데요...'
아주머니 왈
'미안해요 제가 잘 웃는 편이 아니라서 가끔 그런소리 들어요
잘 안되요 죄송합니다' 하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난 3일 전에 거래처 사람과 2차로 그 맥주집에 갔다
아주머니가 날 알아본다.
활짝 웃는다.
그날 따라 손님이 많았다.
난 자신있게 말을 건넸다.
'그렇게 웃으니까 오늘처럼 손님이 많잖아요 ㅎㅎㅎ'
아주머니 왈
'아저씨 이야기 듣고나서 잘 웃으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참 잘하셨어요, 전 한번 온다면 꼭 다시 옵니다. 또 올거예요'
이런 식으로 그 집의 주요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곤 하여
날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스타일이다.
특별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수작이 아니다.
그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보니 장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손님을
많이 단골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끝에 어줍잖은 어드바이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째든 잘 하고 있는 것은 한껏 칭찬을 해 주어서 기억에 남도록 하고
작은 실수를 하면 그러지 말라고 충고를 부드럽게 한다.
그리곤 다른 손님을 모시고 다시 간다.
척 알아본다.
그리고 잘 해주려고 애를 쓴다.
마치 내가 VIP인 것 같아 보인다.
내 작은 관심과 칭찬 그리고 진심어린 충고가 주인의 장사하는 마음을
움직여서 최선을 다 하도록 만들고 그런 모습이 보이면 다시 찾아 가주고
그리고 손님도 모시고 가서 매상을 올려주고
가까와 지고 단골이 되고 드나들 때 VIP 대접을 받고
모시고 간 다른 손님들이 주인이 참 친절하고 우리한텐 잘 해주네요.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것이다.
물론 날 기억할 수 없는 엄청 큰 식당에서는 관심이나 충고는 없다 실속있게 주문하고
조용히 먹고 나온다.
그러나 집 근처 사무실 근처 또는 모임을 자주 갖게되어 자주 가는 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어김없이 주인과 이런 저런 말를 건네어서
다음에 가게되면 날 기억하게 만든다.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저 돈 내고 돈 낸 만큼 억고 얼른 일어서서 나올 일이지 무슨 식약청 또는 구청 위생과
직원도 아니면서 말이 많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여주고 말을 걸고 하는 일들은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고
내가 다시 가고 싶고 또 갈 필요가 생길 성 싶은 식당과 술집일 경우에 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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