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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지하철에서 만난 아이

 

지난 늦 여름 지하철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4호선 동작역이었습니다.


앞 쪽에 작은 사내 어린이(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같아 보였습니다)가 얌전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 옆좌석엔 60세 전후로 보이시는 아저씨가 앉아계셨습니다.


아저씨는 사내 어린아이가 귀여웠는지 흘끔 쳐다보면서


방학이지?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개학했어요 하고 답을 하였습니다.


몇학년이지? 아저씨가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어린이는 예상을 뒤엎고 육학년이요 하고 조심스레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너 왜 그렇게 작아? 하고 무심코 물었습니다.


어린이는 자기의 큰 약점이 들킨 양 부끄럽게 아무 말을 못하고 앉아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너 키가 몇 센티야? 하고 또 물어 왔습니다.


아이는 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안되어 보였습니다.


아이는 나이보다 키가 많이 작은 자기 자신이 지하철에 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쑥스러운 지 창피한 듯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별일 없었다는 듯이 무심하게 앉아 계셨습니다.


아이는 사당역에서 2호선을 갈아 타려고 하는지 내려서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도 역시 사당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걸어가며 아이의 뒷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아이가 혹시 한 어른이 던진 무심한 한 마디에 상처나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자 도저히 그 아이에게 무언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을 초조히 기다리는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어깨위에 가만히


손을 얹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너 50원짜리 동전이 10원짜리보다 크기는 작지 그러나


그 가치는 5배나 크다 알지?'


그리고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키가 작았던 분이 계셨지? 누군줄 아니?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계셨어..


그리고 세계적인 인물 중에 나폴레옹도 키가 작았지만 영웅이 되었다구...


그러니 힘내라 알았지?




내 마음도 약간 가라앉았고 아이도 약간은 마음이 편해졌으리라 믿는다


무심코 던진 말한마디가 어떤 사람에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습니다.



아이가 키는 작아도 훌륭하게 잘 성장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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