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동 입구
창덕궁 담장 너머 회화나무는 낙엽을 모두 떨구고 겨울맞이 채비를 끝냈다.
파란 하늘과 고풍스럽고 품격이 있어 보이는 회화나무와 무게감이 느껴지는 담장이 어우러져
언제 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창덕궁 옆 가지가지마다 은행을 가득 달고 늦가을을 지키고 서 있는 할머니 은행나무는
산고의 고통으로 곧게 자라지 못하여 키는 작고 가지는 세월의 무게에 밑으로 쳐져 제 멋대로 생겼다.
또 한해를 대견하게 지켜왔고 올해도 수많은 열매를 생산하여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까치밥으로 남겨 둔 붉은 감도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정겨운 풍경을 만들었다.
까치도 완연한 겨울이 올 때까지 먹이를 아껴두고 있어 아직 서리맞은 감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정경이다.
원서동 사람들은 겨울을 준비하며 가을걷이를 마쳤지만
한겨울 새들의 먹이로 몇 개의 익은 감을 남겨주는 자연사랑의 인심을 보여주어 아름답다.
나무들은 저마다 생긴대로 벗은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들은 한겹 한겹 덧옷을 껴입는다.
차가운 가을 응달마다 햇살은 조각조각 따스함을 전해준다.
어둠과 밝음
차가움과 따스함
옛 것과 새 것
떠나감과 깃듬이 서로 교차하면서 올해도 원서동의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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