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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이야기

미국 대선 감상법

미국 대선 감상법

 

  4년마다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세계 제1위 경제대국인 미국대통령선거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관찰대상이지만, 미국 대선후 달포후에 바로 대선을 맞게 되는 우리입장에서 더욱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바로 미국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두 후보의 공약이 경제, 외교, 이민정책 등 거의 모든 면에 걸쳐 명확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선거사에서도 수십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법인세율을 내리겠다는 점에서 두 후보의 목소리가 일치하고 있다. 마치 두 후보가 유권자에게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경쟁을 벌이는 듯 말이다. 유력 대선 세 후보 간 정책적 차이점을 찾기 어려우며, 특히 ‘대기업 때리기’에는 경쟁적인 우리 정치지형에서 볼 때는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흥미보다, 우리가 미국대선을 면밀히 봐야하는 보다 급박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번의 미국 대선이 우리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작년 여름 미국의회에서 공화, 민주당간에 국가채무한도 인상을 볼모로 향후 재정운영을 둘러싼 샅바싸움을 벌려 결국 미국에 대한 S&P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되었을 당시, 그 여파를 경험한 바 있다. 지금 미국의 대선기간 중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가채무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 당시 양당은 국가부도사태를 바로 코앞에 두고서야 합의를 만들어냈었다. 바로 국가채무의 법정한도를 2.4조 달러만큼 늘리는 대신 향후 10년 동안 같은 규모로 지출을 삭감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어렵게 확보했던 국가채무 법정한도가 벌써 다 소진되어가고 있다. 10월 12일 현재 약 2400여억 달러의 채무 증가여력만 남겨놓은 상태다. 금년 중 월평균 1080억 달러만큼 국가채무가 늘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선거가 끝나는 시점이면 다시 국가부도사태를 걱정해야 할 단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

  
물론 작년 8월 당시 양당이 합의했던 2011 예산통제법이 내년부터 그대로 이행되면 국가부도사태는 피할 수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더 문제다. 예산통제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방비와 비국방비를 각각 1:1의 비율로 10년에 걸쳐 자동 삭감하여야 한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했던 한시적 감세조치가 만료되어 오히려 세수는 늘어나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해서 개선되는 재정수지개선규모가 GDP의 약 5%에 달하므로 국가부도는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이 어려운 경제를 부추기는 역할은 못할지언정, 오히려 더욱 냉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회의 예산담당조직인 CBO가 ‘재정낭떠러지(fiscal cliff)’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여야 정치권에 대해 대책마련을 촉구해야 했을까.

  
문제는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채무 법정한도라는 시한폭탄이 새 정부 출범을 기다려주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선거후 레임덕 국회회기 중 비록 단기조치라도 법정한도의 인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마저 점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만약 유럽시장에서 문제가 불거질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증폭될 수 있다. 묘하게도 이 시점은 우리에게도 대선이 치러지는 시점이다. 우리의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복지공약이 더욱 어려운 상황을 유발하게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미국대선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선거이후에는 확실한 정치적 리더십, 즉 원만한 행정부와 의회와의 관계가 확보될 수 있느냐이다. 현재 미국 정치적 리더십이 불안한 것은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을 확실히 장악하고, 상원에서도 100석 중 47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51석만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2석은 무소속). 그런데 11월 6일에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435석의 하원 전원과 100석 상원 의석 중 1/3을 교체하는 총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것이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 차는 워낙 큰 차이가 있어, 비록 민주당이 몇 개 의석을 늘리더라도 공화당 장악의 현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원의 경우에는 이번에 교체되는 33석 중에 공화당 보유의석은 10석인 반면, 민주당 보유의석은 23석이나 된다. 더욱이 민주당 보유했던 의석 중에 현의원이 다시 출마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현직의 재선율이 높은 미국 정치 환경을 감안할 때, 설령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과연 민주당이 상원의 과반수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를 걱정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만약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당이 되어 상원과 하원을 다 장악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방지할 수 있는 60석까지 차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법안 처리에 있어 민주당과의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을 텐데, 공화당의 무 타협전략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민주당이 호락호락 응해줄 것을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느 경우에건 내년에 들어설 새로운 행정부와 의회의 미국경제의 앞날을 건 협상이 그렇게 순탄하게 전개될 것 같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그만큼 우리경제에도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이번 대선에서 우리만이라도 확실한 경제정책비전을 가진 정치적 리더십의 출현을 고대해본다.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전)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CBS 객원해설위원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관
 
  
 (전)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