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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옛날 이야기 - 사만이 이야기

 

 

 

 

 

 

어릴 때 옛날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아버지, 형, 삼촌, 동네 아저씨, 고모부, 선생님들로부터 들은 수많은 옛날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하였었다.

 

아들 태호와 용호를 키우면서 나 역시 아이들에게 기억하고 있는 옛날이야기를 수시로 들려주었다.

 

옛날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권선징악, 교훈적인 내용,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 귀신이야기와 신기한 마술 같은 이야기, 전설....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창조적인 발상을 도와주며, 세상 사는 지혜와 이야기를 전개하는 논리를 이해하게 하고, 어휘력을 높여주며 말하는 요령을 자연스럽게 지도하는 효과가 있어 자녀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아빠의 자상함과 자녀을 위한 애정과 사랑이 이야기 속에 함께 녹아 들기에 가정교육의 한 가지로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옛날이야기 들려주기라고 생각한다.

 

 

 

수명신 사만이 이야기

 

옛날 옛날 주년국에 사만이라는 아기가 살았는데 세 살에 엄마가 죽고 다섯 살에 아빠도 돌아가셔서 고아가 되어 여기저기 떠돌면서 동냥으로 얻어먹고 살았데.

 

나이가 들어 청년이 되었으나 어느 아가씨에게 장가를 가고 싶어도 못가고 시집을 올 아가씨도 없고 홀로 살아가는데 어느 날 언덕위에서 여자가 뛰어내리고 있어서 얼른 가서 받아 안았지. 처녀는 3년 전에 엄마가 죽고 사흘 전에 아빠가 돌아가셔서 자기도 죽으려고 자살을 하려던 것이었지.

 

서로는 외로운 처지에 함께 결혼하여 살기로 하였고 아기도 낳고 아내는 물레질 바느질 품삯을 받아가며 어려운 살림을 꾸리고 사만이는 여전히 여기저기 다니면서 동냥질을 하고 있어 깝깝하였다.

 

하루는 아내가 긴 머리카락을 잘라서 시장에 내다 팔아 3냥을 받으면 아이들 솜옷이나 사 오라고 사만이에게 심부름을 시켰겠다. 사만이는 머리카락을 팔아서 3냥을 벌었다.

 

그런데 귀가 얇은 사만이는 화살과 활을 파는 사람에게 속아서 3냥을 주고 활과 화살을 사 가지고 왔지.

화살과 활을 파는 장사꾼이 '활과 화살을 매고만 있으면 절로 짐승이 잡혀서 고기와 가죽을 얻어서 부자가 될 것'이라는 거짓말을 믿고 덜컥 활과 화살을 샀데.

그러나 사만이는 장사꾼 말대로 산으로 들로 돌아다녀 보았지만 토끼 한 마리도 못 잡아 왔지.

 

사만이는 정신을 못 차리고 산에 다니면서 소일만 하다가 어느 날엔 산에서 굴러다니는 해골바가지를 주워와서 장독대 빈 장독 속에 해골을 넣어 두고 오며가며 수시로 해골에게 말을 걸면서 대화를 하였지.

그리고 제사나 명절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해골 앞에 차려서 해골이 먼저 먹도록 하고 새옷을 지으면 해골 앞에 새옷을 놓아서 신고를 하고 극진하게 해골을 대하였다.

 

그런데 저승에서 사만이의 수명이 다 되었다고 장부에 되어 있어서 저승차사가 사만이를 데리러 땅으로 내려왔고 내일이면 사만이를 잡아갈 처지가 되었는데 꿈에 해골이 나타나서 이를 사만이에게 알려주면서 그 동안 사만이가 자기 유골을 잘 보관하고 친절하게 잘 대해주어서 고마운 나머지 저승차사에게 잡혀가지 않을 방도를 알려주었지.

 

집 밖에 병풍을 치고 향불과 촛불을 밝혀놓고 음식을 잘 차려두라고 했지

9번 씻은 흰 쌀밥, 백도라지 나물무침, 흰 눈과 같이 생긴 백설기 떡, 수정경단을 차려놓았고, 비단 옷과 비단 신발도 3벌씩 두었지. 저승차사 3명이 와서 배가 고팠던지 차려 놓은 음식을 먹고 비단옷을 입고 비단 신을 신었지. 그리고는 혹시 이 음식과 옷과 신발이 사만이가 차려 놓은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고 사만아! 하고 불러서 물어 보았더니 역시 사만이가 차려 놓은 것이라 저승으로 사만이를 잡아갈 수 없게 되었지.

저승차사는 사만이를 잡아가지 못하고 저승으로 돌아가서 저승의 인명장부를 오히려 고쳐서 사만이의 사망나이를 37세에서 3007살로 고쳤고 그 후에는 사만이가 3007살까지 살았데.

 

그런데 그 후에도 사만이는 계속 저승차사를 속이고 숨고 하여 오천 살, 만 살, 삼만 살까지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죽지 않고 사만 살이 되었데..

사만살이 된 사만이를 잡아가려고 저승차사가 왔는데 이번엔 사만이에게 속지 않고 꼭 데려가야 하거든...

 

사만이가 하도 신출귀몰하고 영리하여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저승차사가 꾀를 내었지..

저승차사가 냇가에서 검은 숯을 물로 계속 씻고 앉아있으니... 사만이가 지나가다가

뭐하냐고 물었지 저승차사는 ‘검은 숯을 물로 계속 씻어서 희게 만들려고 합니다.’하니

사만이가 왈 ‘내가 사만년을 살아도 검은 숯을 씻어서 희게 만든다는 말은 첨 듣는다’고 하자 저승차사가 옳다구나 네가 사만이구나 하고 잡아갔데...

사만이는 저승에 가서도 하도 오래 살았기에 수명신으로 지정을 해서 사람들의 수명을 관리하는 수명신이 되었데...

 

 

 

발췌 : 우리 신화 / 서정오 지음,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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