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이부자리
자투리 천도 소중히 여기는 엄마 밑에서 자랐건만,
과감히 버리는 것만이 살림의 지혜인양
물건 아까운 줄 모르는 잘못된 나의 습관.
하지만 엄마가 직접 목화를 심어 만들어주신
솜이불만은 버리기가 아까워 이불솜집에 맡겼다,
며칠 후 두꺼운 솜이불은 얇은 솜이불 몇 채와
여러 장의 예쁜 방석으로 변모했다.
삽삽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여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듯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 엄마가 해주신 목화 솜이불이 침대 이불 몇 채와
손님용 이부자리 한 채로 바뀌었어요."
엄마는 알뜰하게 살림한다며 매우 좋아하셨다.
기분 좋은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조금은 미안해졌다.
다른 것들은 버렸는데도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다.
기분 좋은 하얀 거짓말도 때로 필요한 것 같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 서용선 님, '해묵은 이부자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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