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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세 발 자전거

세 발 자전거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몇 번을 시도했음에도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해 배울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세 발 자전거가 생겼다.
두 발 자전거의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있고 바로 쌩~하니
달릴 수 있으리라.
세 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설렘은 곧 두려움으로 변해 버렸다.
내 기억 속의 자전거는, 몸에 익숙해 있던 두 발 자전거이었기에.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가는 도중에도
나의 몸은 중심 잡기에 안간힘을 썼고, 핸들마저 흔들렸다.
기억 저편의 남아있는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세 발 자전거는 안전하고 넘어질 염려가 없다고 무수히 말했지만
두려움은 여전히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씩 한적한 숲길을 가르며
몸으로 체득하고 느끼며 잘못된 기억을 하나씩 지워갔다.

내 기억 속 두려움의 두 발 자전거를 안전한 세 발 자전거로 변환하기까지
진정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며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 이원주 님, '세 발 자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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