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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생각

호운생각 109 - 기다림

우리네 삶, 그 자체가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린 지금까지 기다리며 살아 왔고 기다리면서 살아갈 것이다.

 

세상의 환한 빛을 구경하기 위하여 어머님의 뱃속에서 9개월을 기다렸다.

탄생의 환희도 잠깐, 나 홀로 기고, 서고, 걷고, 뛰고

스스로 숟가락 젓가락질을 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무수히 힘든 나날을 몸부림쳤다.

나이가 차서 언니나 형처럼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들어갈 그날을 기다리며

집에서 외로운 영, 유아기를 보내야 했다.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힘든 공부보다는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점심시간을 기다렸고

공을 마구 차면서 뛰어 놀 수 있는 체육시간을 기다렸으며

하교시간을 기다렸다,

봄소풍과 가을소풍을 기다리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그리고 봄방학을 기다리며 한 해를 보냈다.

새 학교의 입학을 기다리고 또 졸업을 기다리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선배들처럼 자유롭게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어른 행세를 하고 싶어 만 20세를 기다렸다.

신체검사를 받고 군대에 입대하자 외출과 외박과 가족들의 면회와 휴가를 기다렸다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지겨운 하루의 일과가 빨리 끝나고

내무반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다.

하루라도 빨리 군을 벗어났으면 하며 제대를 기다렸다.

복학한 후 대학의 축제를 기다리고 MT를 기다렸다.

애인을 만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극장관람권과 콘서트입장권을 사 놓고 그녀와 함께 손잡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회에 갈

그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과 결혼을 기다렸고 

아기를 갖고 아기를 낳기를 부모님과 함께 기다렸다.

 

직장에서 승진을 기다렸고

내 집을 마련하는 그 날을 기다렸다.

여름휴가와 추석, 설날 연휴를 간절하게 기다렸다.

 

월급날, 보너스 받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동창회 만남과 회식을 기다리고

동호회 친구들과 산행을 갈 날을 기다리고

부부동반 여행을 기다리며

아이들이 입학하고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애인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손자 손녀를 가지게 되기를 기다린다.

 

하루 하루 한끼 한끼의 식사시간을 기다리며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벗과 아내와 술 한 잔 하는 때를 기다린다.

 

아이들이 취직을 하고 첫 월급을 타서 용돈을 주기를 기다리고

가끔은 어린아이처럼 추석을 기다리고 성탄절을 기다리고 설날을 기다린다.

 

포도주와 매실주를 담가 놓고 다 익어 먹을 날을 기다린다. 

날이 무척 더운 날 초복 중복 말복에 보신탕 삼계탕 냉면 등 맛있는 먹을 것을 기다린다.

 

좀 더 형편이 나아지기를 기다린다.

혹시나 하여 로또복권을 구입하고 토요일을 기다린다.

새로운 신규 아이템의 판매를 위하여 거래처에 샘플을 제공하고

테스트 결과 합격이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새로운 거래를 개척하기 위하여 긴 시간을 기다린다.

드디어 첫 주문을 받으면 기쁜 마음으로 판매를 하고 수금을 기다린다.

거래가 안정이 되면 새로운 주문을 기다리고 판매가 늘어나기를 기다린다.

 

매일 아침이 밝으면 오늘도 즐겁고 무사한 하루일과 되기를 기다리며

저녁이 되면 또 희망찬 새 아침을 기다린다.

좋은 날 기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회갑도 기다리고

칠순도 기다리고

그러다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퇴원을 기다리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가 찿아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산다.

 

기대에 차서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고

그리움으로 벗과 자식들을 기다리고

가슴 뛰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통일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

 

그러다가 아프지 말고 어느 날 조용하고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훌쩍 사라지는 행운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