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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50마일 산악 울트라 마라톤 완주기 - 최한익 선배님의 편지

 
산악 울트라 마라톤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웅장하다.
노래 한소절로 표현하면 양희은의 한계령... .
 
"저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고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구름따라 떠 돌고... ."
 
산장에서 새벽에 모여 커피마시고 머핀 먹고 오밀조밀 모여앉아 이야기 하다 아무 부담없이 달리기를 시작한다.
모두 오래 전에 본 듯한 이웃집 아저씨들.. .
화장실에 길게 줄서고, 차도를 달리고, 복잡하고 ,인간세상 속의 마라톤대회와 완전히 각도가 다르다.. .
산 속을 아무 생각없이 혼자 달리는 경우도 있다.

경치가 뻥 뚫려 하염없이 바라보며 달리는 경우도 있다.
산 속에 고립되어 청쾌한 속을 지치고 나가는 것 도 있다.

하늘 아래 산 위에 햇빛 받으며 달리는 경우도 있다.
5마일 마다 나타나는 에이드 스테이션은 아담한 산 기슭이나 산 중, 바위 옆등에 자리잡고, 흙위에 테이블 몇 개 붙이고 온갖 음식들을 펼쳐 놓는다.

신선한 과일과 맛있는 과자와 빵과 쨈들로 가득찬, 트래픽도 없다. 두명에서 다섯명 정도 머문다.

그냥 한가하고 여유롭고 좋다.
 
그 자체가 자연이고 아름다움이다.
50마일은 숫자일뿐.. .
하루 속세 떠나 등산 갔다 왔다고 생각하고 가면 그 뿐일뿐... .
마라토너이니 일반 등반객과 다르게 그냥 가볍게 뛸 뿐이다. 일반사람이 생각하면 무식할 정도지만... .
 
바람처럼 살다 가고팠는데.. .
이 것이 바로 그것이구나.. .
산 속의 한 줄기 바람처럼 달리다 왔다.
 
그 산속에 내가 있다. 내 자취가 곳곳에 묻어 있다.
힘든 숨도 즐기는 숨도 파 묻히는 내 마음도 그 나무 등걸이에 걸어 놓고 왔다.
 
 
아....  . 한 줄기 바람. 산 바람... .
 
개인적으로 5번 정도 50마일을 뛰어 보았지만 공식 시합은 처음이다.
토요일 3시 30분에 집합하여 대회장으로 출발. 잠을 2시간 밖에 못잤지만 항시 그렇듯 덤덤하다.

50마일이여서 영향을 줄까 걱정도 해 보았지만 어쩔 것인가... .

4명의 동료들과 만나 출발 준비를 하고 전쟁터로 향한다.
도착즈음 산기운이 느껴 지면서 계속 올라가는 것이 산중에서 출발할 것 같다.  산 새벽공기가 좋다.
참가자가 200명 수준이니 아기자기 하다. 번호표 배분도 산장같은 곳에서 한다.

젊었을 때 다니던 설악산 산장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산이여서 춥다.

번호표를 받아들고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빵조각을 먹는다. 아침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이것 저것 짐싸느라 차에서 늦게 나와 못다한 스트레칭까지 다 하고 출발선을 찾으니 출발선이 없단다.

칩은 피니쉬라인에서만 적용되고 출발은 6시로 모두 일정하다고 한다.

5분 넘게 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200명 정도며 산길이라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길을 물어 쫒아 간다. 한 3분 정도 세차게 달리니 끝이 보인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화이팅을 외쳐본다.
 
바람이 몹시 심하다. 흙길이 아니고 마사길이며 모랫바람이다. 눈으로 입으로 모래가 들어가 사글사글 하다. 온 사방이 산이고 바람이 이쪽 저쪽에서 불어 회오리 바람을 만들기에 피할 재간도 없다.

이렇게 계속 가지는 않겠지.. . 모랫바람을 10마일 정도 맞고 다닌듯 하다.

길은 울퉁불퉁 바닥에 돌맹이, 모래... . 그리고 뛰기 불가능한 언덕들... .

초반전인데도 언덕만 만나면 모두 걷는다.
경사도가 너무 심해 걷는 것도 힘들다. 산악훈련을 해야겠다. 다음부터는.. .

마라톤 하기도 바뿐데 산악훈련까지... . 
8마일 구간까지는 모랫바람과 언덕과의 사투를 했고 그 이후에 산악마라톤의 묘미를 볼 수 있었다.

산중으로 진입을 하였고 사람 한 명 지나갈 넓이로 길이 나있는 산기슭을 따라 주위의 모든산과 꽃들을

감상하며 뛸 수 있다. 이제 마라톤 답다. 앞사람이 알아서 비껴주어야 추월 할 수 있다.

말하기도 미안하다. 뒷사람이 바짝 붙으면 옆으로 비껴준다. 위험하다.


왼쪽은 낭떠러지 오른쪽은 절벽. 마라톤이 원래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해결하지 누가 안전을 위해 준비를 

해주지 않는 것이니 조심해서 관리를 잘해야 한다.

더우기 50마일 이상이나 오지 마라톤은 자신이 책임질 뿐. 상쾌한 달리기 였다.

훌륭한 경치와 그리고 초반에 까먹은 시간도 만회하고... . 12마일 지점을 2시간 8분에 통과했다.

초반에 까먹은 것을 산길에서 모두 만회한 듯 하다.
 
16마일 지점인 3번째 aid station에서 아침밥을 먹을려고 도시락을 drop bag 해놓았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 그리고 먹을 것을 주섬주섬 준비 많이 해 놓아 먹을 것은 걱정 안해도 될 듯 하다.

쨈을 바른 빵,머핀,과자,음료수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많아서 좋다..

물은 각 스테이션 마다 공급을 받는다. 반 병정도 받으면 된다.

3번째 스테이션을 지나 바로 16마일 지점부터 시작되는 마의 10마일 언덕이 시작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언덕길이다. 그래도 산속 길이라 첫 5마일 모랫바람 언덕보다는 좋다.

뛰다 걷다 춥다 덥다. 언덕중 약간의 평지가 나오면 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평지 시작하기 전 10m 전부터 뛰어 평지를 속도감 있게 뛰고 연결된 언덕의 초반 10m 정도를 뛴다. 그리고 걸어 올라간다. 산 속은 춥고 산 기슭은 태양 빛으로 덥다.

나시위에 반팔 옷을 입고 출발하였는데 더워서 벗었더니 산속은 무지하게 추워 팔을 비비며 갔다.

산 속의 스테이션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화이팅을 외쳐주며 응원을 해 준다.

과일도 먹기 좋게 썰어 놓고 빵도... . 항시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도 언젠가 자원봉사하며 내 동료들을 챙겨주고 싶다. 
 
26마일 지점에서 언덕이 끝이 나고 u- turn 하는 것이 아니고 산 아래로 내려간다.

29마일 지점에서 턴하고 그 처음의 모랫바람 언덕을 피해 좋은 길로 골인하나 보다.

차가 다닐 수 있는 큰 길이다. 마냥 내려가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언덕에서 많이 지쳐있었고 물을 많이 먹어 출렁출렁. 속도를 내니 배가 아파서 그렇게 많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턴하여 올라오는 동료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조금있다 내 모습이 그려지며 즐겁지만은 안았다.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올라오는 길이 걱정이 되었다.

3마일을 내려가서야 즉 29마일에6번째 스테이션이 나왔다. 반을 넘어 이제 21마일만 남았다.

그리고 지금 내려온 3마일만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 10마일은 내리막길이다. 고생 끝인가.. .

푸짐하게 과일을 먹었다. 그동안 고생의 피로가 다 날라간 듯하다. 충분히 먹고 화이팅을 외친 후

마의 3마일 언덕을 올라간다. 경사도가 너무 심하다. 여기만 넘으면 10마일 하강길... .

여기서 힘을 비축하기로 결심했다. 내리막길에서 승부하자. 약간 빠른 걸음으로 여유롭게 걸어서 올라갔다. 32마일 지점 산등성이 바로 전에서 서코치님을 만났다. 양호하신 듯 하다.

내가 50등 정도라고 알려주시고 가신다. 서로 화이팅을 해치고 각자 갈길을 간다.
 
32마일 지점 산등성이에 올라왔다. 힘을 저축해서 인지 힘이 난다. 빠른 속도로 달려내려 간다.

마일당 7분 30초는 될 듯 하다. 사람 하나 다닐 수 있는 길에서 빨리 달리다 보니 올라오는 사람들이 잘 비켜주어야 한다. 나도 올라올때 선두 그룹이 빠르게 내려가 비켜주면서 역주했던 생각이 스친다.

한 10분쯤 내려오다 꽈당! 어떤 주자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길을 막고 서있다.

그 분을 피해 우측 산등성이 언덕에 오른발을 딛고 왼발로 제껴가는 와중에 오른 발이 돌이나 나무뿌리나

어떤 것에 걸려 정면으로 넘어진 것이다. 오른 손에 든 물병은 땅에 부딧히며 퍽 터지고 토시를 말아쥐고

있었던 왼손도 다행히 보호되어두 손은 멀쩡하다. 그런데 중요한 무릎이 땅과 부딪히고 안경이 깨지고

얼굴은 긁히고... . 하늘에서 별이 보인다. 너무 놀라 장단지가 심하게 들어갔다 1분지나 나온다.

아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가 싶다. 망연자실 한 2분 정도는 앉아 있었다.

주위에서 o.k냐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러는데 말할 힘도 없다. 일단 안경을 찾았다. 알 하나는 퉁겨 나가고

안경테는 옆이 끊어지고... . 알을 한참 뒤져 찾고 피나는 무릎을 지혈시켰다.

물이 쏟아진 위에 얼굴을 박았으니 얼굴은 온통 진흙 투성이... . 일어섰다. 포기할 수는 없는 것.

가 보고 안되면 그 자리가 포기겠지... .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발동을 걸어본다.

부딧힌 눈가옆이 쓰리고 얼굴 오른쪽 면이 모두 쓰리다. 거울이 없어 볼 수도 없고.. . 무릎에서는 피가 난다. 휴지가 많아 다행이다. 무릎이 처음에는 아파 절뚝절뚝했는데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1마일 정도 가서 시냇물을 찾았다. 무릎을 씻고 얼굴을 씻으니 거울은 안 보았지만 사람 같을 것이다.

얼굴이 몹시 쓰리다. 상처가 많이 난 듯 하다. 물이 닿으니 무릎에서 다시 피가 난다. 지혈 시키고 출발한다. 휴지도 다 썼다. 2마일만 가면 스테이션이다. 힘을 내자.  

같이 간 동료 세 분을 차례대로 만나 인사하고 부상을 서로 걱정하며 스쳐지나갔다.

물을 두번이나 얻어 먹었다. 물병을 잊어 먹었다 하니 가던 발 걸음 멈추고 물병을 건넨다.

서선생님에게서 빈 물병 하나를 얻어 출발한다. 고대했던 7번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놀래며 다가온다. 일단 무릎의 피을 지혈하고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밴디지를 붙힌다.

밴디지가 큰 것이 없다. 달리다 부상 입으면 손가락 비는 것도 아니고 상처부위가 클 것인데 준비한 것이

손가락 붙이는 밴디지라니.. . 어쩔 수 없다. 충분히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다음 스테이션으로 간다.

자원봉사자들이 만류한다. 그리고 몇 마일을 쫒아 온다. 걱정 되어서.... 고맙다.

치료했다는 정신적인 안정감이 들자 힘이 솟는다. 무릎도 아프지 않다. 하도 달리니 뭉쳤던 어혈도 모두

풀리나 보다. 거기서 멈추었으면 지금쯤 쩔뚝거리며 앰블런스를 탔겠지... .

하지만 멀쩡하게 뛰고 있지 않은가... . 포기하지 않으면 몸이 알아서 하게 되있다.
 
38마일 8번째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이제 두개만 지나면 골인이다. 총 10개의 스테이션이니.. .

밴디지주위가 피 범벅이 되어 다시 치료 받고 밴디지를 간다. 너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고 다시 뛴다.

칭찬은 고래도 움직인다고 했던가 더 힘이 나는 듯 하다.

내리막길이 어느정도 완만해지고 평지가 나오기 시작한다. 행복이 끝났나.. . 
 
42마일 9번째 스테이션이다. 앞으로 마의 4마일 언덕이 시작된다. 여기서 많이 포기한다고 들었다.

다시 치료 받고 밴디지를 간다.
심호흡을 하며 길을 나선다. 바로 경사도 급한 언덕이다.

때때로 등산을 해야 한다는 주체측 설명이 이해가 된다. 이것은 마라톤이 아니고 등산이다.

길기도 한 4마일을 가면서 마지막 고비라는 안도감 속에 주위의 경치와 꽃을 모면서 정말 행복하기도 했다.
 
46마일 마지막 스테이션이다. 포도가 있다. 와 눈이 확 핀다.  포도를 두 송이째 먹고 치료를 다시 받고 출발한다. 1마일만 언덕가면 마지막 3마일은 내리막길 이란다. 겨우 1마일을 힘들게 올라와 쾌재를 부른다.

앞으로의 인생도 이렇게 내리막길만 있기를.. . 길도 넓고 좋다.

20여분을 내려오니 산장의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너가 왜 이렇게 반갑냐... .

응원의 함성이 들리는 것 보니 멀지 않은 듯 하다.
 
아! 50마일 드디어 완주했다. 골인지점 두 손을 번쩍들고 환호성을 질러본다.

부상과 함께여서 무엇보다 기쁘다.
시계는 9시간 11분 몇 초를 가리키는 것 같다. 예상 밖 선전이다. 이 또한 얼마나 기쁜가.. .
칩은 피니쉬 라인만 작동하여 초반 늦게 뛴것 계산을 안해주니 실질적으로 9시간 5분대 기록이다.
내가 봐도 대단하다. 의지의 한국인이다. 다시 한번 내 인생의 마라톤 전설을 썼다.
부상 안당하고 치료하느라 시간 안 보냈으면 다음번에는 8시간 30분대도 가능할 듯.. . 정말 기분 좋다.
메달을 목에 걸고 주위의 걱정을 받으며 응급실로 향해 본격적인 치료를 받는다.
온갖 부산을 떨으며 정말 괞찮냐고 걱정을 하면서 치료한다.

내가 이렇게 하고 20마일을 달렸으니 걱정 말라고 해도 나보다 전문의 한테 가보란다.

소독과 치료 및 압박 붕대를 감고  얼음도 올려 놓는다. 30분을 누워 있을려니 춥고 배 고프다.
치료를 마치고 옷을 입고 동료들의 골인을 응원해 준다. 눈물 겹다. 들어와 가족을 껴안고 부모는 자랑스런 자식 앞에서 눈물 흘리고.. . 나도 눈 시울이 뜨겁다. 한 명 한 명 골인 장면이 감동스럽다.

울트라라 더욱 더 그런듯 하다.
완주라는 뜨거운 눈물 속에 모두 하나가 된 듯하다. 네시간이 넘은 긴 응원으로 목이 아프다.. .
하지만 내가 우리 마라토너 동료들을 위해 해 줄수 있는 것은 이 뿐이다. 등을 밀어 줄 수 도 없고 손을 잡고

같이 뛸 수도 없는 조용히 응원만 해 줄 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내 이름에 감사한다.

 

Greg Choi 최한익
 
937 S. Alvarado St. Suite # 2 E. Los Angeles, CA 90006 , U.S.A. 

 

 
(이 글은 최한익 선배님께서 6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평소 마라톤을 꾸준히 해 오셨고

그 힘든 50마일 산악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하시고 중간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완주하신

인간승리의 드라마같은 이야기입니다. 읽는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선배님 대단하십니다. 부디 건강 유지하시고 행복한 미국생활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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