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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함께

촛불이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

 

봄 밤이었다.

시인 타고르가 나룻배에 촛불을 켜 두고 책을 읽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그는 책장을 덮고 촛불을 껐다.

순간, 눈에 보이지 않았던 보름달이 나룻배 안에 가득 차 불빛을 내며 출렁거렸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달빛은 은은한 빛을 뿌리고, 강물은 달빛을 담고 천천히 일렁였다.

 

"아! 이 아름다움은 일찍부터 나를 감싸고 있었구나! 그러나 촛불이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었어. 촛불의 빛 때문에 미처 나는 이 호수를 은은히 감싸고 있는 달빛을 느낄 수 없었던 거야."

 

자아의 작은 불빛과 자의식과 사소한 알음알이가 만들어내는 생각의 촛불이 닫힌 마음의 창을 밝히는 빛이 우리 속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깨달음이란 자아의 촛불이 꺼졌을 때, 내 중심의 이기적인 불빛이 사라질 때에 비로소 내 존재의 구석구석을우주의 밝은 빛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식견 없이 단순히 표면적인 현상만을 보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보다 볼 수 없는 별의 수가 더 많다. 이는 우리 눈 앞에 보이는 것들보다 더 귀한 것이 보이지 않는 세계 너머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육안이 아닌 사물을 살펴 분별하는 능력인 심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다.

 

나를 비운 뒤, 삼라만상의 속삼임에 귀를 기울여 몸과 마음과 세계가 일체가 될 때에 비로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나와 세계를 이어주는 소소한 것들의 그림자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겉치레로 뒤덮여 있는 나를 닦고 깨우는 일이 곧, 삶의 목적과 의미를 관철할 수 있는 시야를 기르는 일이다.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5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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