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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 이야기

연서(Love Letter)와 소프라노 한예진

국내 창작 오페라의 단골 주역인 소프라노 한예진씨. 그는 내달 1~4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연서'의 주역을 맡았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ung.com
 

12월 4일 토요일 ROTC17기 총동기회 송년회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서'를 감상하는  문화행사를 겸한다. 150석의 로얄석을 예매하였고 가족동반으로 참석하여 색다른 경험을 하게되었다. 연서와 주연 소프라노 한예진에 대하여 소개글이 있어 옮겨왔다.  

소프라노 한예진씨(39)는 국내 창작 오페라의 단골 주역이다. 2000년에 데뷔한 그는 2002년 한 · 일월드컵 축하 공연 '시집가는 날'을 시작으로 '춘향아,춘향아''아랑' 등   한국 정서를 물씬 풍기는 오페라에 출연했다.                                                       다음 달 1~4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연서'도 창작 오페라다.

"첫 오페라 공연 때 발성이 어렵고 국내 창작이라 힘들어서 다시는 이런 오페라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창작 오페라 캐스팅 제의가 계속 들어왔죠.무엇보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참여했어요. 사실 제가 한국 오페라에 특별히 잘 맞는 성악가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한씨는 마르살라 국제 콩쿠르,파도바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아티스트다. 오페라 '라보엠''살로메''카르멘''나비부인' 등의 주역으로 출연했다. '연서'에서도 주인공 도실 역을 맡는다.

'연서'는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3년 동안 준비해 '서울시 대표 창작 공연'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200년 동안 이어온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에서 광화문과 육조거리가 있던 조선시대 한양이 2막에서는 조선총독부가 있는 일제 강점기의 경성으로 바뀐다. 3막에서는 루미나리에 불빛이 빛나는 현대의 서울로 또 바뀐다.

한씨는 "그동안 창작 오페라가 1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대표적인 오페라단 중 하나인 서울시오페라단이 해외 공연까지 계획하며 의욕적으로 만든 작품이라 참여 전부터 기대가 컸다"며 "규모도 다른 창작 오페라보다 크고 '토스카' 주인공처럼 아름답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도실 역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도실이 기생의 화려함과 디자이너의 세계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연 작품이라 어려운 점도 있다. 아직 무대에 오른 작품이 아니라서 완벽한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연습 도중 계속 수정을 해야 했다. 노래,대본 등을 외우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국어로 오페라를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어요. 오페라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언어는 말 자체에 악센트가 있어 대사도 노래처럼 들려요. 반면 우리말은 높낮이가 거의 없죠.벨칸토 창법 등 기존 오페라 발성으로 한국 노래를 부르는 것도 쉽지 않아요.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든요.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 자막을 띄워요. 예전 창작 오페라보다는 나아졌지만 오페라의 한국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한씨는 "클래식이 명품"이라며 앞으로 몇 백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을 받겠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다른 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래식에서도 시대에 맞는 창작물이 계속 나와야 한다"며 "어떤 기계음도 쓰지 않고 신이 준 목소리로만 승부하는 오페라는 기본을 살리면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등을 접목해 대중에게 더 사랑받는 장르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