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장갑을 끼고 다니지 않은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물론 내복도 입지 않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없는데
아마도 20년은 넘은 것 같다.
아무튼 오래 전부터
내복과 장갑은 나와는 거리가 먼 악세서리에 불과하였다.
내복을 입지 않아도 춥지 않았고
장갑을 끼지 않고 다녀도 손이 곱거나 얼지 않았다.
주요한 원인은 지구 온난화가 될 것이고
내가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건강체질이었다는 생각이다.
장갑을 끼지 않고 다니다 보니
오래전에 사 두었던 밤색 가죽장갑이 가끔씩 눈에 띄다가 며칠 전 찾으려고 하니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내복도 오래 전 입었던 것들은 이미 버린지가 오래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내복을 입지 않는 것이 신사의 기본이라는 말이 있었고, 지구가 따뜻해지고
자가용을 가지고 다니던 그 시절부터 내복의 필요성이나 장갑의 효용성이 떨어졌고
그 때부터 내복을 입지 않고 장갑을 끼지 않고 겨울을 지내온 것 같다.
그런데
2009년, 특히 이번 주에는, 예전같지 않게 강추위가 장기화되면서
갑자기 손장갑과 아랫도리 내복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침 월요일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 갔을 때 장갑을 샀고
화요일부터는 새 장갑을 계속 끼고 다니면서 잊고 살았던
가죽장갑에 대한 효용성과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영하 8.8도의 바람까지 부는 날씨에
아침 6시 새벽운동을 나갔는데 찬 바람이 살 속까지 냉기를 전하는 것을 느끼면서
이렇게 계속 이번 겨울이 춥다면 벗어 던졌던 내복이나 롱 타이즈라도 입고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장갑이나 내복을 착용하다 보면 따뜻함에 익숙해져서
내 몸의 추위에 대한 내성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20여년 계속 고수해 온
무 내복과 무 장갑 겨울나기의 오랜 전통이 올 겨울에 깨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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