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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냄새와 맛

호운 황득수는

언제부터인지 맛에 대한 변별력과 판별력을 가지고 있고

입맛이 꽤 발달하여 까다로운 편이다.

 

그리고 냄새를 잘 맡고

냄새로서 음식의 상태를 판단하는 능력도 어느 정도 수준을 보이는 편이다.

 

1987년도 이었나 보다.

 

신도림동에 유명한 개고기집(보신탕)에 간부들이 함께 회식을 갔다.

개고기 수육을 시켜먹었는데...

접시에 담긴 고기가 맛이 이상하였다.

개고기를 어릴 적부터 먹어 보았기에 맛과 모양과 그 향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데

접시에 담아 내어 온 고기 중에 돼지고기가 섞여 있음을 내가 알아내었다.

 

난 주인을 불렀다.

난 나의 후각과 미각을 전적으로 자신하고 주인에게

'이 고기가 이상하니 바꿔주세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우리가 주문한 고기가 아니니 조용하게 바꿔오세요

아마 주방에서 실수를 한 것 같군요' 하면서 주인에게 귀띔을 하여 주었다.

 

주위의 동료들은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 실수하는 것 아니냐? 면서 대충 먹지 그러냐하는

식이었다. 2차로 들어왔기에 다른 동료들은 아마도 미각이 좀 떨어졌는지 얼른 자기들은

구분이 안간다고 하였다.

 

난 계속 바꿔오라고 고집을 부리니 주방에 가서 제대로 된 개고기로 바꿔왔다.

그래서 난 됐습니다. 이제 고기가 제대로 나왔군요 하면서 주위 동료들에게 먹어보라고

아까와 다르지 않냐고 하였더니 그제서야 다들 먹어보고 야 황과장 입맛을 속이지 못하는 구나

그럼 아까 그 고기는 무슨고기야? 하고 내게 물었다. 아까 그 고기는 돼지고기 수육이었어.

한 번 딱 씹으니까 돼지고기 맛과 향이 나더라구...

 

그 이후에

영등포 역전에서 오래된 친구가 찾아와서 같이 생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날은 덥고 한 여름인데

생맥주를 시켜먹는데 기대했던 짜릿하고 싸르르한 맛의 살아있는 생맥주 맛이 아니고

김빠지고 오래된 텁텁한 생맥주를 내어 온 것이다.

난 한 모금 딱 마셔보고

주인에게 맥주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친구는 왜그러냐며...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주인은 새로 받은 생맥주 가져온 것이라고 시치미를 떼고 나를 이상하다고 바라본다.

 

난,

생맥주를 많이 마셔보아서 아는데...

이건 신선한 생맥주가 아닙니다. 이미 김이 다 빠졌고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좋은 생맥주로 바꿔주세요 하면서 내가 고집을 피우자...

그 사람은 누구에겐가 전화를 하였다.

그리고 한 참 후에 다가와서 하는 말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누나 하고 통화를 했는데 맞습니다 받아 놓은 지 며칠 된 생맥주라고

하네요 누나네가 휴가를 가서 제가 동생인데 대신 가게를 좀 봐주러 왔습니다.

오늘 드신 맥주값은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하여 안주값만 내고 술은 공짜로 먹은 적이 있다.

 

 

요즘

담에 걸려서 입맛을 잃었는데

입맛이 없을 땐 더욱 입맛과 냄새를 정교하게 구별하는 능력이 생기는 모양이다.

밥냄새 국냄새 찌개냄새 김치 나물 등에서 원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양념이나

기름종류의 신선도가 떨어진 음식을 만나면 금새 이를 알아차리고 입맛을 잃는 경우가 있다.

맛이 깔끔하지 않고 조미료를 많이 넣었거나 배합이 이상하여 잡내가 나면

음식이 당기지를 않는다.

 

그런데 집에서 아내가 제대로 음식을 만들면 각 재료의 고유의 맛과 냄새로 이루어진 깔끔한 음식은

맛도 있고 입맛도 댕긴다.

몸이 좋지 않다보니 비위가 약해지고 음식과 재료의 냄새와 맛을 더욱 까다롭게 구별하는 능력이 생겨났다.

 

이 기회에 음식점을 선별하여 갈 곳과 가지 않을 곳이 저절로 구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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