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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불가사의 / 세상에 이런 일이

어머님은 설날 외삼촌과 함께

자식들집에서 자식들과 명절을 보내시기 위해서 금요일에 상경하셨다.

즉, 역귀성 하신 셈이다.

 

어머님은 올해 86세가 되셨다.

연세에 비해서 건강하신 편이다.

 

어머님은 산청에서 상경하셔서 동생집에 머무르시다가 설날 하루 전에 우리집으로 오셨다.

설 준비를 같이 하시고 저녁에는 누나네 식구, 동생네 식구, 우리 식구 모두 함께 모여서

저녁밥을 같이 먹고 누나네는 돌아가고 동생네와 우리식구 그리고 어머님이 함께 잠을 잤다.

설날 아침에 일찍 깨어서 큰집에 차례를 지내고 나서 우리 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두 분 삼촌들, 사촌형님들 모두 함께 차례를 지내고 어머님께 세배를 드렸다.

 

우린, 처가에도 다녀오고

몸이 편찮으신 큰 매형 댁에도 잠시 들렀다.

누나네 집에 들러서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집으로 와서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화투놀이도 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불가사이한 일이 일어났다.

전날 밤에 어머님이 갈아입으신 바지가 없어진 것이다.

어머님은 저녁 11시 조금 넘어서 잠옷 바지로 갈아입으시고 입고 계시던 바지를 벗어 놓으셨는데

그 바지가 없어져서 모두 여기저기 구석구석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결국 찾지 못하여

포기를 하였다.

 

분명히 전날 입고 계시던 바지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집안에 벗어 놓은 바지가 새벽에 없어졌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아내와 어머니와 난 '참 이상한 일이다.'

반지처럼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물건도 아니고   

바지가 놓여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았는데 없으니 '불가사이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혹시 빨래통에 있나 혹시 주위의 서랍장에 있나 침대 밑,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아도

결국 못 찾고 말았다.

 

어머님은 설날 차례를 지내고 나면 그 다음날 산청으로 내려갔으면 하신다.

물론 아들집에 있으면서 며칠 더 지내도 좋으시지만 시골에 내려가시면 친구분들과 마을 회관에서

같이 보내시고 싶은지 산청으로 서둘러 내려가셨으면 하는 눈치이다.

그래서 어머님께 우리 집에 오래 계시라고 붙잡아 두고자 애를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머님 바지가 없어져서 하루 종일 같이 찾으면서

문득 '돌아가신 아버님이 바지를 가져가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내와 하게 되었다.

아들네 집에 더 있다가 내려가시라는 아버님의 뜻일수도 있고

혹은 아버님이 아들네 집에 찾아오셨다가 어머님이 보고 싶어서 벗어두신 바지를 챙겨서

가지고 가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찾다 찾다 못 찾은 끝에 내린 결론은 불가사이한 일이다.

이 불가사이한 일의 배경은 아버님께서 가져 가신 것으로 아내와 나 어머님이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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