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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사랑하는 벗님에게

 

 

사랑하는 벗님에게



모든 주위의 것들을 진실하게 바라보며

생긴 대로 받아들이고

그들로부터 배우고 그들과 함께 사랑하는 벗님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여기 호운(湖雲)의 소망을 띄워 보냅니다.





      湖雲은 제 소박한 아호(雅號)입니다.



      잔잔한 호수 속엔

       산이 있고 하늘도 있고 구름도 있습니다.

       호수는 모든 주위의 풍경들을 담고 있습니다.

       호수는 모든 주위의 사물들을

       그 모습, 그 색깔,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잔잔한 호수를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 집니다.

       내 마음은 호수입니다

       내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할 때

       주위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립니다



      하지만 내 마음에 광풍이 불어서 물결이 일거나

       꽁꽁 얼어붙었을 땐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내 마음에 온전하게

       받아드릴 수 없고

       그들의 진실한 모습들을 내 마음에 담지 못합니다.



      젊은 날 어느 때인가

       난, 고요한 호수에 투명하게 비친

       쪽빛 하늘과 흰 구름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호수가 그렇게 위대하게 보였습니다.

       그 때 저는 감동으로 벅차올랐고

       난 문득 호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수초도 키워내고

       농사를 짓는 담수 노릇도 하면서

       쪽배를 띄운 가난한 어부의 삶터도 되고

       찌든 도시인들의 휴식의 터도 되고

       고기들의 놀이터도 되고

       그리고 하늘, 구름, 나무, 산, 쪽배와 어부,

       모든 주위의 사물을 있는 모습 그대로

       품고 담을 수 있는 마음의 소유자

       호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구름이 떠 가다가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호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제 나이 스무 살 때, 한창 시를 쓰고 싶었던

       그 시절이었나 봅니다.

       그 때 호를 호운(湖雲)이라고 하였습니다.



       제 삶은 잔잔한 호수와 같은 삶이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



호운(湖雲) 황득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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