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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위대한 나무

 

용문사 은행나무

 

 

당진의 회화나무

 

 

함안의 회화나무 

 

고향 산청 부리의 느티나무 

 

 

 

 

나무로 살고 싶어...



나무는 오래도 산다.

어떤 나무는 수백 년을 산다.

용문산의 은행나무는 천년을 살고

정동의 회화나무는 800년이 넘었다.


나무는 씨가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 그 자리에서

수백 년을 움직이지 않고

먹이를 찾아 헤매지 않고서도

잘도 자란다.


나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적당한 햇빛과

알맞은 물과

그저 불어오고 가는 바람이 전부다.

나무는 봄에 잎사귀를 돋우고

여름에 무성하게 잎과 키가 자라며

가을엔 노란 잎으로 옷을 갈아입고

겨울엔 노란 옷을 벗어버린다.

떨어진 노란 옷은 땅위에서 눈을 맞고

햇빛과 바람에 풍화되어 땅으로 돌아간다.

거름으로 돌아간다.

나무는 자신의 잎을 거름삼아

또 다시 자연의 먹이를 먹고 한 해 한 해 착실하게 나이를 먹어간다.


나무는 불평이 없다.

다람쥐나 개미나 들짐승이 올라타고 몸을 부비고 물어뜯어도

잘 견뎌낸다.

도망을 가지도 않고 제 자리를 굳게 지킬 줄 안다.

비록 눈보라가 몰아쳐도

광풍과 폭우 속에서도

작열하는 태양과 가뭄을 온 몸으로 감내한다.


나무는 뿌리 내린 만큼의 소박한 면적에서 수백 년을 살아간다.

위대한 나무는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지어주고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내어주고

들짐승의 먹이를 제공하고

화가에게, 사진작가에게 모델료 없이 모델이 되어준다.

어린아이에게는 꿈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나이 지긋한 인간에게 인생을 깨달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나무는 풀이던 넝쿨이던 해치지 않고 공존의 지혜를 발휘한다.

나무는 사이좋게 가까이 있는 나무들과 손을 잡고

숲을 만들어 낸다.

숲은 여름날 많은 장마 비를 뿌리사이에 저장하였다가

천천히 조금씩 계곡으로 흘려보내어

약수도 만들고 깨끗한 계곡물을 만들어 준다.

위대한 나무는 때론 베어져서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거나 종이를 만드는 소중한 원료로 변신한다.

위대한 나무는 때론 온 몸을 불태워 숯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의 겨울잠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땔감이 되기도 한다.


나무는 나무로서 만족한다.

나무는 돌이 되고자 쇠가 되고자 물이 되고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천천히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천천히 자라기도 하고 때론 왕성하게 자라기도 한다.

나무는 자기 자신을 위하여 자연을 해치지 않고

나무는 돌과 물과 하늘과 구름과 자기를 견주지 않고

나무는 겸손하고 점잖게

아름답고 멋지게 살아간다. 


내가 죽으면 자식에게 수목장으로 해 달라고 할 것이다.

화장을 하고 재를 만들어서 가까운 곳에 사는 나무 주변에 뿌려질 것이다.

수목장의 의미는

나무에게 필요한 다소나마 거름이 되고자 함이며

혹시 내가 다시 태어나면

나무로 환생하고 싶다.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나무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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