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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사랑받는 총무는 행복한 사람

이준근화우의 안사람이 운영하는 자하(구 : 손만두집)에 들렀다

북악스카이웨이 입구에 자리잡은 자하, 자하문터널 위에 앉아있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신세를 진 분들께 대접을 하는 자리를 가졌다.

모듬 만두, 만두전골 배추김치, 깍두기, 녹두전, 그리고 매실주...

품격있고 맛도 일품인 박혜경여사(준근이 아내)의 손맛을 본 미식가 수준의 모시고 간

손님들은 칭찬이 자자했다.

동기생 부인이 그것도 유명한 만두집 사장님께서 직접 내게 안내도 해 주셨고

맛있는 녹두전도 서비스로 내 오시는 모습을 보고

같이 간 손님들이 부러워 했다. 대 만족이고 대접을 잘 받았다고 고마와 하는 것을 보니

화우 총무 하는 보람을 또 한번 느꼈다. 친구 잘 둔 덕분이다. 

 

오늘 한가한 토요일 아침에

조용한 사무실에서 문득

스쳐가는 화우들의 얼굴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우리 화우 친구들은 얼굴도 제 각각으로 생겼고,  성격도 각자 서로 많이 틀리고,

인생관도 많이 다르다. 사는 동네(나라)도 다 다르고

살찐 화우 마른 화우

사투리 쓰는 화우 표준말 쓰는 화우

종교도 틀리고 노래 못하는 친구 노래 잘하는 친구

머리가 검은 친구 머리가 희어진 친구 머리가 빠진 친구

키큰 친구 키 작은 친구

학사 석사 박사친구

여자친구 남자화우

아들만 둔 친구 딸만 낳은 친구

미국에 있는 친구 캐나다에 있는 화우

자녀를 한국에 두고 있는 친구

자녀를 외국에 보내 놓은 친구

저 세상 먼저 간 친구

몸이 불편한 친구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다양하다.

 

윤활유 만드는 친구

수입장사하는 친구

전자재료 만드는 화우

보험하는 친구

대기업 중역하는 친구

전문화학연구소에 몸 담은 친구

국립대학 교수 

사립대학 교수

유전자공학연구를 하는 화우

제약 영업하는 친구

의료기 부품 제조하는 친구

전기통신 재료 제조하는 화우

식당하는 친구

커피전문점 하는 친구

병원의 관리를 하는 친구

화학원료 수출하는 친구

석유화학 원료를 수출하는 화우

석유화학 반제품을 수출하는 친구

전문화학기술을 연구하여 지원하는 친구

여행, 리조트 및 프리랜서 로비스트 친구

빨레방과 건강용품 판매업 하는 친구

화학회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

언론사의 논설을 맡고 있는 친구

살림하는 화우

화공약품 수입판매 대리점 하는 화우

환경공무원 하는 친구

미국공인회계사 하는 화우

원자력발전소에 다니는 친구

미국염료관련회사 다니는 화우

정유회사 다니는 친구

사업 구상 중인 친구

 

그야말로 각인 각색  40인 40색이다

같은 교실에서 4년간 같은 내용을 배우고 같이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고

술먹고 당구치고 미팅하고 축제도 하고 MT도 같이 가고 공부도 하였건만

50이 된 지금 하나도 똑 같은 것은 없다.

 

우리 화우들 만큼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처지에 놓여있는 작은 community를

주위에서 찾기도 힘들다.

그런 우리 화우들이 어찌하여 요즘처럼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따뜻하게 다가설 수 있을까 하며 신기해 하고 있다.

 

지난 해 홈카밍을 기획하며 다른 과 동창생들의 상황을 엿들을 수가 있었는데

아예 한 번도 안 모인 과도 있고

서로 연락이 안되는 과는 여럿 있었다.

왜 서로 만나야 하나 홈카밍 하면 뭐 하나

돈은 왜 걷어서 학교에 받치고 하냐

먹고살기 힘들고 모교가 내 먹고 사는데 도움된 적 없다 등의 쓴소리를 들었던

과 대표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우리 화우들은 정 반대였다.

참석못해 미안하다

돈(기금) 적게 내어서 미안하다. 수고많다.

그래 한번 얼굴봐야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꼭 참석할께.

하필 그 때 해외출장이 겹쳐서 못가는 것이 한이 된다.

부부동반 꼭 하자. 1박 2일로 장소빌려서 즐겁게 놀고 뜻깊은 시간 가져보자 등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순수한 마음으로 행사에 임하였다.

 

'75화우들은 정도 많고 추억도 되새길 줄 알고 비록 어려운 시기이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자 애를 쓴 동기생들의 community였다.

보이지 않는 화우들의 행방을 알고 싶어했고 찾고싶어 했고

만나려고 애써온 커뮤니티였다.

서로간에 큰 간격도 없고 큰 격차를 두고자 하지 않았고 

서로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서

자기절제의 노력을 많이 보여주어 왔다.

멋진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화우들의 back up을 받으며 화우회 총무를 맏았던 나는 너무 행복한 총무였다.

고대 75학번 총 동기회에서 화학과 황득수 총무가 가장 부러움의 대상이었다(홈카밍준비 때)

게다가 email, 휴대폰 문자메세지 등 인터넷시대를 맞이하여 연락도 쉽고 비용도 안 들고..

 

많은 화우들에게 봉사하는 총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많은 화우들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총무이며 인생의 많은 깨달음을 얻은 중년생활을 살 찌울 수 있는 기회를

차지한 총무생활이었음을 고백한다.

화우들 친구들 이제 남은 40년 하반기 인생을 위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매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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